올 가을엔 적상산(赤裳山)에 갈라네붉은 치마 흔들리는 바람든산속으로 아름다움이 진실이라 하니진실에 푹 빠져서아름다운 소풍하고올라네 아름다운 호수에 풍덩 빠져붉은 치마 건져 와서횃댓줄에 걸어놓고혼자 볼라네
- 조종명
올 가을엔 적상산(赤裳山)에 갈라네붉은 치마 흔들리는 바람든산속으로 아름다움이 진실이라 하니진실에 푹 빠져서아름다운 소풍하고올라네 아름다운 호수에 풍덩 빠져붉은 치마 건져 와서횃댓줄에 걸어놓고혼자 볼라네
꽃 단자 숲길을 사뿐히 조이면만향의 음미로 빚어진 황홀경 맞아아스라이 다가오는새롭게 부화된 영기(靈氣) 섬섬히 담겼습니다. 사치에 비굴해지는 유약함을맛깔 들린 천연의 취향은 호강되어노변에 깔린 시구(詩句)들로마디 끝마다 야들야들 매달려 나부낍니다. 사랑하는 애인 찾은 벌 나비흥겨운 춤에 나풀되는 감미로움 달궈향기 품은 여운의 은총 받고고매
경계를 넘지 마라함부로 건들지도 마라겉과 속이 다르다고 흉보지만다 자기 몫이 있다쓸데없이 공격적이지 않았고게으름만 굴리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물구나무를 서 본들시고 떫고 쌉쌀한 본성은떨궈지지도 않고 달큼해지지도 않는다그 누구처럼 물러터지는 것보다오히려 땡땡한 게 낫지 않은가 떨떠름한 인생,그렇다고 헛살지만은 않았다노란 향내를 호객 행위라며
어찌 사랑한다고함부로 말하리몸짓으로 아닌 척거부하는 모습을 보였소 초저녁 아기 별도얼굴도 귀도 큰만월에게까지사모하는 마음을 숨겼지 행여 풀잎에 내린영롱한 이슬 알이추한 마음을 알까 먼 후일마음이 열리면달님도 해님도이 사람괜찮은 사람이었다고말해줄 거야
비가 내렸다눈이 내렸다 비어 있는 땅에색을 칠하고색의 빈 사이를메우는 일을 했다 무수히도 내리고무수히 짓기도 한꿈에서 오는사람아
네가 오지 않으니내가 너에게로 갈 수밖에 가만히 눈을 덮고날 부르지도 않고 있는데나는 비를 맞으며너를 만나러 간다 여기저기 움푹 파인 도로가몹시 싫어하는 티를 내도사파리 차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마침내 도착한 그곳 우연(雨煙)을 피워아무도 모르게 너 혼자암보셀리 초원을 다 키워 놓았구나 무리 지어
여명의 새날이 동터올 때사랑의 밀어를 꿈꾸며새벽길을 걷던 광음의 뒤안길추상의 문을 열고꽃잎이 지는 아쉬움에회색빛 눈물의 독백을 삼킨다 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이적막의 고요를 부를 때침묵으로 달구어진영혼의 목소리 들으며한세월 꽃피웠던 사랑의 물결로남루한 영혼을 세탁한다 새 생명이 잉태된축복의 노래 소리 멀어져 가고불침번으로 휘몰이하는심장 박동
연 그리고 수련이고요를 더하고내려보는 구름조차 숨 멎은 한낮이제 곧 피어날 수국도 머리 숙이고우산 같은 연잎마저 침묵 연못 속황금잉어 떼 잠영하면서도그저 입만 뻐끔뻐끔따가운 태양의 아우성도닿으면 잦아드는 궁남지 연꽃잎 버엉긋님 향해 피어날 때미소도 향기 되어 날고서 있는 황포돛배도저어 갈 여름날만 기다린다.
수세미 머리로는 세월을 닦아내지 못했다살아온 이력서가 얼굴이 된 노인이같이 늙어버린 리어카와길에 버려진 고물을 줍는다기역자로 후들거리는 노인의 다리바람이 반쯤이나 빠진 리어카 바퀴가칭얼칭얼 투덜댄다 고물도반짝이던 한때는 마냥 그대로인 줄 알았다반질반질 닦여져시간을 먹을수록 값이 배불러지는골동품으로 모셔져 있을 줄 알았다 고봉밥으로 실린 고
물때를 만난 싱싱한 몸짓으로우리는 밤새 섬을 만들었지만가늠할 수 없는 임당수 물속결국엔 썰물 되어 서로에게밑바닥까지 다 보여 주었다 비틀거렸던 강물이 바다가 된 포구불빛은 밤샘한 듯 흐려지고어둠을 걷고 날아간 새는어느 항구로 갔을까 비릿한 젓갈처럼 절어진 아침잔을 비울 때마다하얀 파도에 발자국 쓸리고먼바다 배는 한 뼘씩 옮겨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