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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바다가 아프다

공기가 이렇게 귀한 줄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자유가 이렇게 편안한 줄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얽매이고 짜여진 삶의 진면목이만신창이 육신의 허방대는 시간의 길목파란만장한 대륙, 푸른 꿈의 창파에뿌연 안개 낀 수평선이 버티고 있다 누군가 그어 놓은 선도 아닌데욱하고 가슴이 먹먹하다울부짖는 짐승의 절규인 것 같기도 하고몸부림치는 생명체들의 하소연

  •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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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장미, 그 사람

깜짝이야그녀의 고슴도치 호위병이 말을 걸어 왔지 하늑하늑 담벼락 허물고 있는여인의 젖꼭지에 몇 가마 피가 서려한 폭의 벽화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푸른 가지에 짙게 배어 있는 관능(官能)저토록 부시게 햇살 홀리고 있는 거라고내 굳이 발설하지 않겠네 저두요당신이 오신 날에는 미치도록 붉어져서가슴에 와락 불을 지를 수 있는 장

  • 김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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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2025.3 70호 소나무 길에서

이렇게 살아 있지요죽은 이들의 얼굴에서 숨결을 찾았지요억울했습니다그렇지요그들이 두고간 광녘의 모습에는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부끄럽고 늘 아픕니다죽음 앞에 많은 이들이 두고 간하얀 국화꽃그 꽃의 향기를 맡아 보는이를 못 보았지요그리고 눈감은 이들의 무심함 때문에꽃들은 차갑게 시들지요 오히려 그 하얀 꽃잎 속에 숨기를 바라는방황을 볼 때질릴

  • 유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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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2025.3 70호 0.68

자립 ! ! !꿋꿋이 솟구치던 너,봄빛 솟대 끝 허공 위에서 흔들리는 눈부심 떠돎숫컷은 머리깃 총각(總角)을 올리고 암컷은 꽃가마 멀미를 앓는 자목련 가지 끝 초례청하나… 둘… 셋… 열 손가락 꽃봉오리 속 심지를 꺼내어 등불 밝히고,신랑을 기다리던 나 안에 나가 층층 허물어져 갈비뼈를 쏟아내고 흰 허벅지 속살이 문드러지는자립(紫立) 자생(紫生) 자강(紫彊)

  • 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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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고인돌

족장이 죽었다는 소식이 있었다귀걸이를 한 여인이 낮게 흐느끼고 있는 동안청동검을 허리에 찬 무리들이 황급하게 달려갔고남루한 삼베옷의 사내들이 농사일을 접어두고개미가 되어 바위를 끌고 있었다밧줄이 더러 끊어지기도 하였다달이 뜨면 집으로 돌아와반쯤 벗은 아낙과 함께 보리밥을 퍼 먹었다생리가 시작된 아이를 걱정하기도 하였다덮개돌이 올려지고 흙을 걷어내자영원을 기

  • 김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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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순록의 봄

사랑이었을까가늠할 수 없는 높이의 나무가 있었지덤불처럼 자란 것에서 어린 잎사귀들이제 색깔을 바꿔 가며 흔들리고 있었어분명 가시였는데남은 것을 돌아보기도 전에떠나버린 자리가 오히려 자연스러웠으니순록의 뒤를 따라 걸어갔지. 뚜벅뚜벅 살금살금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더 좋았던 거야 유유한 풍경 속에고고한 한 쌍의 뿔 위로 내려와 부딪히던 햇살은소리조차 경쾌했거든.

  • 조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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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길을 찾아가는 길

긴 겨울의 추위는 멀리 사라지고,봄의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감싸네낯선 저 바다의 바람이 불어오니이국의 땅에서 만나는 얼굴들이 그리워라 파란 하늘 아래,아마존의 물결이 속삭이고,안데스의 산맥이 손을 흔드네빨갛고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의 경쾌한 발걸음과향신료의 향기 따라이방인의 눈빛과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리라 별빛 아래에서 나를 잃고, 다시

  • 김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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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서천장

1골독재 넘어삼십리 길 서천장공산명월 월명산에먹구름 끼면멍멍이도 껑껑대고 장바구니엔 어머니 시름설 대목에배나간 아버지 생각 2싸락눈 내리는 밤이 깊으면화로불 옆에등잔불이 조을고 파도 소리 자장가에아기동생 칭얼대다 잠이 들고장에 간 엄니 기다리는 창밖엔심란한 대숲바람 소리 3오일장 주막집에막걸리 말술로 먹고노총각 어부의 시

  • 金永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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