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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9호 수경무사(水鏡無私)

예로부터 우리 선인(先人)들은 공평무사(公平無私)한 마음을 거울처럼 잔잔한 물, 즉 명경산수(明鏡山水)에 비유하기를 즐겼다. 옛날 중국이 진(晉)나라의 악광(樂廣)을 대하고 나서 상서령(尙書令)의 위근(衛瑾)이 그의 사람됨을 평하기를 “이 사람이야말로 사람의 수경(水鏡)이다. 그를 대하면 광채가 밝게 비치듯 구름안개를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는 것과 같다”고

  • 조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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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철사에 묶인 이름표

유실수의 이름표가철사에 묶인 채살 속에 박혀 팔락인다 저마다 뿌리돌림의 상처를 입고물관에 고인 한 방울 온기마저 비우고혼자 한데서 겨울을 맞는다 봄가을에 심을 나무를겨울에 심어 놓고어찌 강추위를 견딜지 마음만 졸인다 지하수 모터가 얼어 터졌다행여 얼어 죽지나 않을까햇볕이 애써 구름자락을 거둬들인다 봄이 애타게 기다려지기까

  • 정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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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70호 사람들은 회복중이라고 말했다

잘 될 거야… 잘 되어 가고 있잖아요… 지금 회복하고 있는 중이야… 더 별일은 없을 거야….우리나라 사람들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참으로 놀랍도록 긍정적이다.흔히 한국 사람들이 냉정하다고 하지만 친절하지 않다고 무뚝뚝하다고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근본적인 과다 친절함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지금 현재 다치고 아프고 절망적인데 모두 그 근본을 피해 그

  • 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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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충청남도지회 - 회원작품(캔디 두 알)

캔디 두 알이 다시 내게로 왔다.애써 의식 너머로 밀어 넣었던 희미한 그것이 선명한 청포도색으로 다가왔다.왔는지도 몰랐는데 우연한 계기로 그걸 알게 되었다.시청률 최고라는 신문 기사에 이끌리어 매주 금·토요일마다 방영하는 <나의 완벽한 비서>라는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이미 방영이 끝난 부분이 있어 OTT 서비스를 통해서 첫 회부터 시청했는데,

  • 김용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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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충청남도지회 - 회원작품(하늘이 낸 사람들)

겨울나무들이 물을 올리기 시작하는지 거무스름하던 나무의 색이 짙어지고 있다.아직 땅의 흙은 봄 색깔을 띠지도 않았는데 몸으로 스미는 바람 또한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다.이 땅의 모든 농부들은 타고난다는 생각이 든다.봄보다 먼저 봄 녘으로 나오니 말이다.아무튼 농부들의 대명사처럼 그도 봄보다 먼저 들녘에 나오고 농부나 농사가 어떤 것이란 것을 까마득히 알려주

  •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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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충청남도지회 - 회원작품(봄은 눈물이다)

봄은 눈물이다밟혀 죽는 새싹, 부딪혀 죽는 짐승, 부러지는 어린나무,피는 듯 지는 꽃잎이방울 방울 눈물이다 청보리 바다의 푸른 물결은 눈물이다온몸이 뒤틀리는 아픔을 딛고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바람의 폭력을 무사히 견딘다면진주보다 귀한눈물방울이 깃발처럼 매달리리라 앞산 마을 뒷산 마을나무들이 입고 나온 새 옷은 푸른 눈물이다천사의 눈물로 지은

  • 최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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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충청남도지회 - 회원작품(장승 앞에서)

갈기를 세우고 싶었으나나에게는 갈기가 없다아니 갈기를 세울 목덜미가 없다타래 모양, 흩날리는 불길을 일으키면서산맥이고 평원이고 건너 뛰어마구 달려가고 싶었으나나에게는 두 다리가 없다아니 땅 속 깊이 박혀버린두 다리가 굳어버린 지 오래다내가 가진 것이라고는오직 앞으로 불거진 두 눈깨어 있음이 곧 내 삶의 길이다그 부라린 듯 두드러진 눈알마지막으로 점점 멀어져

  • 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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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충청남도지회 - 소개(충남문학, 한국문학 중심에 서다)

충남은 선비정신의 본향이요 충신열사의 고장이다.예로부터 올곧은 정신과 뜨거운 애국심으로 국가를 지켜왔으며 지역 간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꽉 잡고 지탱하고 있다.일찌기 한용운(홍성), 심훈(당진), 윤곤강(서산)을 비롯 조선시대 서예의 대가 겸 문장가인 추사 김정희(예산) 등 훌륭한 문인들을 배출했다.충남문인협회는 처음 정훈, 임강빈,

  • 김명수충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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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대구광역시지회 - 회원작품(우리 집 보물 1호)

결혼을 앞두고 오래오래 기념이 될 혼수품을 장만하고 싶었다.조금 서툰 솜씨이긴 해도 손자수를 놓은 병풍이 좋을 것 같았다.까만 공단 바닥에 서로 다른 도자기 그림을 열두 폭에 새기기로 했다.인쇄된 도자기 그림을 구해 와 채색된 명주실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으며 공간을 채워 나갔다.완성된 손자수가 새겨진 앞면과 좋은 글귀를 담은, 서예가의 글씨체를 받은

  • 곽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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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월간문학 지역특집 - 대구광역시지회 - 회원작품(산 자의 장례)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부음이었다.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이제 끝났네.살아서 지옥을 살았으니 이제 편하겠지.나도 편하네.”스님의 목소리는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물속에서 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나는 그 목소리에 그 어떤 것도 물을 수 없었다.행자가 안전문자를 내게 보냈던 것이 며칠 전이었다.‘△△면 주민인 김○○ 씨(남, 82세)를 찾습니다.155

  • 이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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