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리기를 배우면서 나의 재능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는 했다. 10대도 아니고 지금 어떤 재능이 있는지 찾는다고 하면 어이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림은 그리는 것도 감상하는 것도 잘 몰라 나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림을 그럴듯하게 그려보고 싶다는 꿈은 간직할 수 있지 않은가.그리는 데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진즉부터 알았지만 더 절실하게 깨닫는 계기
- 최효정
요즘 그리기를 배우면서 나의 재능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는 했다. 10대도 아니고 지금 어떤 재능이 있는지 찾는다고 하면 어이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림은 그리는 것도 감상하는 것도 잘 몰라 나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림을 그럴듯하게 그려보고 싶다는 꿈은 간직할 수 있지 않은가.그리는 데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진즉부터 알았지만 더 절실하게 깨닫는 계기
기댈 곳 없는 그녀의 등이 흔들린다. 먼지 날리는 아스팔트 도로변에 앉은 그녀의 등 뒤로 오토바이와 승용차, 버스, 트럭, 때로는 구급차가 달린다.한때 그녀의 배후는 든든했다. 남편과 함께 횟집을 할 때, 가게 앞에 난전을 펼쳐 놓고 해산물이며, 갓 캐 온 푸성귀도 팔았다. 그리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서글서글한 눈매에 말투에는 다정함이 묻어 있다. 그녀는
백성들에게 존경받는 한 성군(聖君)이 있었다. 행정부 수장 격인 관리에게 국민이 본받아야 할 것, 세상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일,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옳고 좋은 것만을 골라서 책으로 엮을 것을 하명하였다.군왕의 명령이라 학문에 조예가 깊고 공심(公心)이 두터운 유능한 관리들로 편찬위원회를 만들고 나라 안의 미풍양속과 가화미담(佳話美談)은 물론, 경구(
여름 감기 때문에 아주 힘들었다.“여름은 동사의 계절 / 뻗고 자라고, 흐르고, 번지고, 솟는다.”는 시의 구절과 달리 축 늘어져 호되게 앓았다. 처음엔 목이 따끔따끔, 머리가 지끈거리며 열이 나 약을 먹고, 하룻밤 지나면 괜찮으려니 했는데, 보름 넘게 고생하고 나서야 요란스럽던 기침이 수그러들고 있다. 그새 중복을 지나 오늘이 7월 말일, 월초에 시작된
오후 외출을 위해 후문 쪽으로 나서는데 눈에 띄는 트럭 하나. ‘칼, 가위 갈아 드립니다.’ 지난 명절 전에 오고는 처음이니 정말 오랜만이다. 잘 안 드는 칼과 가위가 생각났지만 마음과 달리 발은 신호등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예전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오던 트럭인데 이젠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렵다. 그러고 보니 밤 껍질 깎아 주는 차와 함께
낙엽 지는 가을이 가고 동장군이 설치는 삼동의 계절, 겨울로 들어서면 내가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눈보라가 서북풍을 타고 시도 때도 없이 몰아친다. 하늘을 헤집고 몰아치는 눈보라를 바라보면 고색찬연한 사찰이나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바닷가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어제만 하여도 쾌청했던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곡선을 그리며 소리 없이 내린다. 대지 위로 사뿐히
사람은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신발을 신고 생활한다. 신발은 외부로부터 발을 보호하고, 미끄러짐이나 상처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 신는다. 또 신발은 장시간 보행이나 움직임에도 발의 피로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본래는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되었지만, 오늘날은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게 되었다.올해도 신발을 모두 꺼냈다. 나는 신발을 창고
8월, 몹시 더운 날이었다. 일어나서 환기시키느라 창문을 열어놓으니, 후덥지근한 공기가 들어온다.옥상에 올라가는데 철재 난간이 따뜻하다. 화초에 물을 주고 몸풀기 운동 조금, 그리고 파, 풋고추 몇 개 따 가지고 내려와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안방 쪽에서 매미 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열어놓아 소리가 크게 들리는구나 무심히 생각하고 아침 먹고 설거지
당구 삼년(堂狗三年)이면 폐풍월(吠風月)이란 말이 있다. 맞는 말인 성싶다. 우리 고장 오수는 의견의 고장으로 고려시대부터 널리 알려져 있다. 오수 개들은 오륜을 안다는 말이 전해져 오기도 한다.오수 개의 오륜은 부색자색(父色子色) 하니 부자유친(父子有親)이요, 지주불폐(知主不吠) 하니 군신유의(君臣有義)이요, 일폐군폐(一吠群吠) 하니 붕우유신(朋友有信)이
주방 수도 밸브에 문제가 생겼다. 오늘은 집에서 물을 쓸 수 있는 곳이 베란다와 화장실 두 곳뿐이다. 욕실에서 쌀을 씻어 밥을 안친다. 찝찝하다. 늘 하던 대로 마실 물도 받았는데 목으로 넘어가질 않는다. 야외라면 물을 어디서 받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건 당연하겠지만 집 안에서야 굳이 따질 일이 있을까 했다. 집집마다 있는 정수기를 설치하지 않았고 그냥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