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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비둘기를 보내며

말없이 떠나버렸다말 못 하는 새라지만냄새도 참고눈치도 보며 지켜본 시간이허무하다 알을 깨고 나와서날 수 있을 때까지한 달의 시침은느리게 돌아갔지만 어느 날 눈에 들어온실외기 뒤의 좁은 둥지에서솜털도 덜 자란붉은 모습이 안쓰러웠다 어미를 닮아 가는털빛을 만들었지만떠나려는 날갯짓은보지도 못했는데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거짓처럼

  • 김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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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어이가 내게 왔다 ——삭제 버튼

성급한 무지몽매가 모든 걸 삼켜버렸다명령에 충실한 마우스는 죄가 없다남은 건 하얀 화면에 ‘어이없음’ 네 글자 영혼 품은 한 줄 한 줄 숨겨둔 묵은 땀명분 없는 손가락, 자판 위 졸고 있다받아 든 처방전에선 무대책이 대책이란다 알 수 없는 상형문자, 해독 못한 폴더 명 황황히 주워담은 깨어진 파일 조각절절한 통곡 외침이다, 냉기

  • 이상희(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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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내 유년의 계절

우리 집 마당은 늘 정갈하고 깨끗했다.삼촌들과 오빠가 아침저녁으로 쓸기도 했지만 해마다 추수철이면 아부지가행여 나락에 작은 돌 하나라도 섞일까패인 곳을 정성껏 메우고 다지셨기 때문이다. 엄마는 싸리나무 울타리를 따라 꽃밭을 가꾸셨는데 작약, 백합, 봉숭아, 채송화, 분꽃과 국화꽃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피어우리 집은 꽃밭이 예쁜 집으로

  • 반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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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오늘에 이어 내일로

인생은 매일 사는 것이다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은우리를 성장시키는 순간이려니세상이 등을 돌리더라도우리는 포기하지 말자 과거를 끌어안고 미래를 걱정하며오늘을 버리고 있지 않은가오늘을 온전히 살면 행복은 다가온다 살다 보면 맑은 날도 있고 궂은 날도 있고 길은 또 열 수 있고 기회는 잡을 수 있다 우리를 살피고 보듬고 하루하루

  • 임만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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