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2025.9 679호 황금색 파리의 만찬——되자마자 자기 배만 불리는 정치인에게

참 맛있게 드십니다많이들 드시구려동해와 남해를 가을 운동회처럼낚싯대 메고 달리던 비린내 솔∼솔 콧구멍 부풀고 당신의 이름처럼 황금빛 광채를 더하고 에펠탑을 연상하는 황금소라고동 같은 탑의 당신의 여정잠시 쉬었을 때누ㅡ런 등의 부분은 관운장의 갑옷인지요 노모와 노루가 숨박꼭질 하며 키워 온 해금강밭의 정기를오롯이

  • 윤동원
북마크
49
2025.9 679호 해변 벤치에서

벤치에서 바라보는 수평선붉게 물드는 하늘가에돛단배들이 들어온다 빛살에 반짝이는수억 개의 황금물결석별의 비행이 아쉬운 갈매기등대는 희망으로 안내한다 바다로 나가는 길목에외딴섬 하나는내 마음의 바다처럼아스라이 펼쳐지는 그리움 노을 지는 바다를한없이 바라보는 바닷가 사람들이 신비의 세계 속으로어느덧 나도 신비의 세계로 들어간다

  • 고애현
북마크
50
2025.9 679호 시를 그리다

로타리가 허리를 숙인 자리에가나다라마바사 씨앗이 굴러떨어집니다철제 날개가 노래하는 오늘디젤의 한숨이 운문을 일구지요 흙의 숨소리가 타자기 건반을 밀어모음들은 뿌리내리고자음들은 돌멩이를 삼킵니다기어가 돌아가는 속도로줄 바꿈의 깊이가 정해져 갑니다 트랙터 유리창에 맺힌 햇살이 시제를 바꾸는 손길이 되고 유압 장치가 쉼표를 눌

  • 송미순
북마크
57
2025.9 679호 그 여름의 바다

유난히 덥고 길어 의욕도 잃어 가는데그대는 사랑의 꽃다발을 안고산들바람 타고 고운 미소로 온다 푸른 바다는 젊은 연인을 흔들고하얗게 부서지는 손을 뻗어 그냥 달려가비릿한 바다 내음에 마냥 취한다 사랑을 울부짖는 물너울에 젖은 눈망울로타는 햇살과 수평선을 응시하며모래사장에 바다 같은 푸른 사랑을 그린다 뜨거운 모래 속에 묻혀 철썩이

  • 김인녀
북마크
61
2025.9 679호 핑크뮬리의 계절

지평선 너머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얼굴이 떠오른다 핑크뮬리, 그 꽃말처럼떠나간 연인을 마음에 심고나는 해마다 이 들판을 걷는다바람이 눈동자처럼 흘러밭고랑마다 놀란 숨결을 뿌릴 때면햇살이 붉은 탄성으로 터지고세상은 해종일 핑크빛을 슬어 놓는다햇빛도, 그림자도모두가 한 사람을 향한 빛깔이 되어억새처럼 바스러지는 오후를 지나나는 흐른 마음을 가만히 출력한

  • 나영채
북마크
51
2025.9 679호 걸어갈 인생길

아-하 가는 건 세월이 아니라 내가 가고 가고 있구나! 세월은 가고 계절만 되풀이하고늘 제자리인데 내가 가고 있었구나 걸어가고 걸어갈 인생길이젠 지상에 머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이제 나는 꿈과 사랑을 먹고 사는 게 아니라진정한 노후를 맞이해야 할 것 같다 불러도 세월은 들은 척도뒤돌아보지도 않고저만치 멀어져만 가고 있구나.

  • 문연호
북마크
63
2025.9 679호 내려놓았네요

인간은 하기 어려워하는 것들나무는 덤덤하게 합니다 새봄이면 파릇파릇 귀여운 눈예쁜 옷들로 온몸 가꾸기여름이면 온통 푸른 세상 만들기가을이면 울긋불긋 여유로움 주기겨울이면 다음을 위해 가진 것들남김없이 내려놓기 비워야 채울 곳 만들어 짐을잘 아는 속깊은 나무의 마음입니다 앙상하다 춥겠다 그러지 말라며내려다봅니다속으로 속으로 풍성함

  • 윤문자(인천)
북마크
52
2025.9 679호 칼, 집에서 울었다

하는 일이라곤목숨을 거두거나 토막을 내는 일 도마 위에서 망나니 되어서슬 퍼렇게 번뜩이며 난타 리듬으로칼춤을 출 땐모두가 오금을 저리며 고개를 돌렸다 바다를 누비며 다닌 죄밖에 없는펄떡이는 고등어 대가리를 내리쳐 자른 날은 그 눈빛 마음에 걸려칼자국에 남은 핏물 씻어내며회한과 원망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지만어찌할 수 없었다&nbs

  • 김광진
북마크
49
2025.9 679호 무게

꽃시절 지나 연둣빛 초여름밤수분이 빠져버린 가슴별빛에 바사삭 부서진다 눈만 찡긋 해도달려와 줄 너의 웃음소리가뭇가뭇 어둠 속으로 날아간다 어둠아 쩍 갈라져라바닷속 깊은 곳까지손 잡고 달려가고 싶다 막막한 언어의 실마리뒤죽박죽된 머릿속롤러코스터 타는 밤 이어지다 놓친 말끝앙다물고 붙잡아도높이와 무게를 모르고 놓친다

  • 이경숙(회안)
북마크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