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무렵후두둑 소나기 툭툭 어깨를 친다 참람한 시간 너머로소용돌이치는 여울목을 지나 빙하를 스쳐 다가오는 아린 손휘익 고개를 돌리자 파타고니아 유빙처럼무위로 물 속을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꽃송이 위로 아래로 자맥질하며인기척에 포르륵 숨표로 멈추었다 모양 바꾸며 다시 흐르는 저 청량한 노랫소리들오래된 숨이
- 손문숙
파장 무렵후두둑 소나기 툭툭 어깨를 친다 참람한 시간 너머로소용돌이치는 여울목을 지나 빙하를 스쳐 다가오는 아린 손휘익 고개를 돌리자 파타고니아 유빙처럼무위로 물 속을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꽃송이 위로 아래로 자맥질하며인기척에 포르륵 숨표로 멈추었다 모양 바꾸며 다시 흐르는 저 청량한 노랫소리들오래된 숨이
땀 절은 시간을 훌러덩 벗은 갈바람이누런 농심(農心) 위에 배를 깔고 눕는다 저염하강(鹽河江)* 아래노을이 그렁그렁 고이고북쪽 하늘에서 추신처럼 내려온 새들이 벼들의 어깨를 낱낱이 걸어주는 풍경 바람 새는 소리 아득한,봄부터 겨울겨울에서 봄열, 스물, 서른, 만(萬)…, 다시하나가 되어파다하게 출렁일 때숨은 말〔
2024년 초여름2학년 1학기 <시창작과 비평문 쓰기> 수행평가 시간 끝나기 3분 전까지도 백지 답안지였던2학년 3반 축구부 진욱이“백지 답안 낸 학생은 내일이나 모레 남을 수 있어요.”선생님 말에‘여름’이란 제목으로소낙비처럼 쓴 짧은 시 한 편‘여름이 다가온다/ 꽃이 화들짝 핀다’ 내일과 모레가 너에게는꽃이구나&nbs
대추도물색 고운 연둣빛일 때가 있었다 미간의 주름 같던 낮달이 편편해지는어둠의 시간으로산 그림자 내려왔다 간 사이 달빛이 유유자적 거닐다 간 사이 바람의 기둥 사이사이에 기대어 눈빛 자작자작 볼 붉히던 나무 순정도 병이라면 병미처 거두지 못한 햇살 고이고 고이면 파도처럼 밀려드는 그리움 잊지 말아야지&n
한때는 여덟 식구의 수저 소리가 달그락 거리던 집앞산 꼭대기를 휘감고 도는 구름과담 너머 보이는 푸른 바다는내 가슴에 감성의 씨앗을 심어 주었다 나무대문의 울림소리가 멈춘 지 오래 되니 나도 우리 집도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기둥에는 숭숭 구멍이 나고기왓장 사이에서 잡풀이 자리를 잡고 추석 때 배를 따던 아버
주인에게 버려진 네 어미가과수원 농막 주변 행려 견으로 지내다 뱃속에 너희 품고 안절부절 혀 내밀 때 이웃에 착한 농부 만나안락한 독채 선풍기 바람 쏘이며 다섯을 낳아 미역국 먹고 무럭무럭 키운 세 놈 분양하고 둘은 남아 아예 그 집 눌러 살고 있지 세상 나온 지 5개월 가끔 목줄 풀고우리 집 닭 몰이에 기운 넘
아침에 아첨의 과자를 먹고 박수치는 연습을 한다생각밖의 생각을 생각하는 경박한 실존의 버팀목 같은 둥지가 무너지면서 알들이 와르르 쏟아졌다오염된 땅에서오염된 물을 먹고오염된 생각이우리들의 눈을 멀게 해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고지를 향해 질주하다 돌진하는참새들의 요란한 입방아 네 오른쪽
이 가을, 만나고 싶은 사람드레스처럼 흘러내리는 촛불 아래에서 이 가을만큼은 그대의 계절이고 싶다광시곡에 묻혀삶이란 흔한 물음에 온몸 떨며 나약함에 흔들려야 했던 일들낙엽, 물들여 내릴 때현악의 무딘 음에 눈시울 붉히며 릴케의 사랑 편지 읽어 온 날들바삭이는 잎이추한 모습으로 쌓여 가던 날 나그네 바쁜 걸음 예까지 왔나보
뜨거운 물에 커피를 녹인 후 얼음을 녹여 또 젓고 저어 냉커피를 만든다아주 뜨거운 것과매우 차가움의 조화감당못할것같은나를녹이고 상대를 받아들여야비로소 새로운 이름과 맛이 되었다 우리의 삶도이질과 동질은 하나 결국은 하나다.
부슬부슬 소곤소곤 빗소리 벗 삼아삶에 바래진 마음 달래려 낯익은 우산 펴들고 집 앞 공원 산책을 나선다 이제는 아득히 멀어져 가는밤하늘 별처럼지난날 저편 아쉬운 기억들 하나 둘거슬러 본다한여름 예고 없이 내리는 비 그비를막아줄누군가의 친근한 우산 같은 그런 내일을 조심스레 소망해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