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벌 떼 몰려든다방금 전 친구였던 나비 사라진다지우개가 닳을 때까지친구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지워진다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다친구들이 사라지는 걸 용서할 수 없다이러한 폭력을 사랑하지 않는다서로를 생략하고 압축되는 눈빛 별빛위장한 침묵 지워지는 교실혼자서 밥을 먹는다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몹쓸 허기벌 떼가 완성한 로열제리는 달콤하다벌 떼는 아이
- 라윤영
교실에 벌 떼 몰려든다방금 전 친구였던 나비 사라진다지우개가 닳을 때까지친구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지워진다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다친구들이 사라지는 걸 용서할 수 없다이러한 폭력을 사랑하지 않는다서로를 생략하고 압축되는 눈빛 별빛위장한 침묵 지워지는 교실혼자서 밥을 먹는다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몹쓸 허기벌 떼가 완성한 로열제리는 달콤하다벌 떼는 아이
빨대를 방광에 꽂아이제 죽음 임박한 줄낌새 느꼈다 그동안 삶이란낙원 속의 숲인 줄깨달은 나날들 할 일은 너무 남아서하루가 아깝고시간 부족으로 바빠졌다 생각을 베 짜듯올올이 엮어내려니죽을 날이 없다 호흡 가늠해 가매질긴 실오라기 세월한결같이 다듬자니 내 그림자가자꾸만 두꺼워져허물 숫자로 남는 걱정만
12월에서 이듬해 2월 중순 이맘때쯤이면만평 농사일이 마무리되어 춘삼월까지암튼 자유를 얻는다문득 끼의 바람을 타고 싶다음악이 있으면 꽃이 있고 젊음이 부대끼리라내내 행복에 겨워 밤잠을 설쳐댈 것이 틀림없고설렘이 눈앞에서 소금쟁이처럼 뱅뱅거린다 이 세상에 시와 음악이 없다면 어떻게 변할까?우선 자신의 가치관에 매우 회의적일 것 같다삶을 실연당한 사람
눈송이가 그리움을 노크한다 창가를 응시하는 그리움환한 미소가 구슬프다 흰 것 아니면둥지를 틀 수 없는 설국에서오직 사랑과 평화로이파리와 잔가지가 빚은눈사람을 네게 보낸다 아쉬움과 외로움 속에인내로 다져진 뭉치들용기가 흘러, 네 안에봄을 심을 수 있다면 자신을 내어 주어도눈꽃 사랑은네게로 간다
묵은 된장시간을 품은 그 깊은 맛천천히 스며든 삶의 결 할머니의 손맛어머니의 젖 맛아내의 짠순이 손맛 인내로 빚어낸 세월의 향기쓴맛도 단맛도 모두 품어마침내 완성된 진리 한 점 삶도 그러하리천천히 익어 가는 여정 속에서자신만의 맛을 찾아가는 것
항간의 떠들썩한 소란을 듣고 보니장유유서의 전통은 사라지고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숭고한 존엄이 허물어지고 있다한 시절 중추였던 노인이 홀대를 받고사제지간 풍미했던 스승의 은혜도씁쓸한 뒤안길로 남는다 갈등의 간격은 점점 퇴보하고사고(思考)들이 소통의 벽에 가로막히니처연한 달빛에 지는 낙엽처럼허무함이 가슴에 쌓인다 잊혀 가는 소중함어떤
사막 낙타는 열두 달을 꼬박 모래바람으로 연명하면서도 이따금 쌍봉 열고 꺼이꺼이 운다는데, 그렇게 쏟아낸 울음 냄새로 타오르는 갈증을 한소끔씩 식혀준다는데, 여기는 쌍봉 없는 낙타들이 말라붙은 혓바닥으로 심호흡하는, 도심 속 비탈길. 아니, 그 많던 조향사들 어디 갔는가? 온몸에서 진동하는 갈급을 남김없이 모아서 쌍봉의 울음 냄새와 똑 닮
충성으로 평생을 허비한 개가슬슬 주인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한때는 갖은 아양을 다 떨어온몸을 비비 꼬며온갖 애교로 주인의 귀염 더미에 깔렸었는데 눈곱이 비치기 시작하고조금만 움직여도 혀를 길게 늘여끈끈한 점액을 흘리기 시작하면서부터주인이 관심을 거두고발길질이 잦아지는 푸대접으로뒷전에 밀려 꼬리를 푼다. 인심을 눈치 챈 늙은 개
매일 아침 그는스크린 속 세상으로 들어간다신문 대신 펼쳐지는 이야기,삶의 리듬은 드라마 대사처럼 흘러간다 차곡차곡 접힌 하루순서대로 정리된 대본처럼단단히 엮어낸 일상으로드라마틱한 삶을 꿈꾸지만,긴장과 눈물이 흐르는 이야기에자신의 하루를 포개며일상이라는 대본을 써 내려간다 아침 햇살처럼 부드럽고때론 드라마의 전환처럼 격렬한 그의 하루는누군가
기대희망바람돌탑에 바라는 게 뭘까. 지나는 이속마음까지 하나하나 가지런히 쌓아진 돌탑기대일까, 희망일까.어떤 마음이 서려 있을까. 길가에 있던 작은 돌이젠 소원을 풀었다.사람 손에 안겨 가지런히 올려졌다.지나는 뭇사람에게도 희망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