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 한국 지사에 다닐 때였다. 어느 날 한 팀원이 시중에 이런 것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심각한 얼굴로 전단지 한 장을 들고 왔다. 전단지는 LA에 본사를 두고 우리 회사 제품을 미국 시장에 공급한다는 어느 회사가 만든 것이었는데 이제 한국 총판까지 맡아 앞으로는 자기들이 그 물건들을 한국 시장에 독점적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이 얘기하는 제품들
- 이상태.1
미국 회사 한국 지사에 다닐 때였다. 어느 날 한 팀원이 시중에 이런 것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심각한 얼굴로 전단지 한 장을 들고 왔다. 전단지는 LA에 본사를 두고 우리 회사 제품을 미국 시장에 공급한다는 어느 회사가 만든 것이었는데 이제 한국 총판까지 맡아 앞으로는 자기들이 그 물건들을 한국 시장에 독점적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이 얘기하는 제품들
‘휘, 휘 게 섰거라! 휘, 휘 게 섰거라!’서울 종로의 피맛골은 조선시대 서민들이 종로를 지나는 고관대작들이 가마나 말을 타고 행차하는 행렬을 피해 다니던 뒷골목길이다. 당시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종로를 지나다 말을 타고 종로대로를 지나던 높은 사람들을 만나면 행차가 끝날 때까지 엎드려 있어야 했다. 이 때문에 서민들은 고위직 관리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기
최재천 교수의 ‘인생 최고의 멘토를 만나는 법’이라는 인터뷰 영상을 보았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나의 멘토는 누구이며 나는 과연 누군가의 멘토이기는 할까?‘시도하기 전에는 아무도 결과를 모른다’는 연구실 동료가 들려주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는 흔히 지레 겁을 먹고 해보지도 않고 일찌감치 포기를 하곤 한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아프리카의 푸른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먹는 동물들을 보고 싶은 작은 꿈이 이루어졌다. 아들이 사는 두바이에 가서 미국에서 온 여동생 내외와 아들 내외와 손녀 2명이 함께 3월 24일부터 케냐 3박 4일 여행을 시작하였다.케냐는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하며 탄자니아와 접경하고 있고 면적은 한국의 6배 정도나 된다.첫날인 3월 24일에 두바이 공항에서 5시간 만
꼬질이, 이 녀석을 알게 된 건 지난해 늦은 봄이었다. 볕이 좋은 어느 날, 아이들과 고양이 소리에 베란다 문을 여니 옆집 실외기 앞, 해바라기를 하는 녀석을 만났다. 인기척을 느꼈음인지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바라보며 야옹, 존재를 알린다. 나는 얼른 문을 닫아 버렸다. 녀석이 무서워서…. 잠시 후 궁금증 반, 호기심 반, 다시 문을 여니 기다렸다는 듯 큰
수북하게 쌓인 샛노란 은행잎이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떠밀리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발에 짓밟히고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린 처량한 몰골이다. 남은 생을 본인의 의지와 달리 자식들에 떠밀려 요양원으로 가야 될 친구를 생각하게 된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그녀는 감정의 폭이 심하지 않아 믿음을 주는 친구다. 들꽃처럼 성품이 온유하고 착하다. 누구에게나 먼저
이웃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화엄사 템플스테이 가려냐고. 반가움에 템플스테이가 버킷리스트였다며 호들갑을 떤다. 실은 코로나 전에 계획을 잡았었다. 3년이 넘도록 물러날 기미가 없어 취소했다. 딸이 얼마 전에 먼 길 가신 외할머니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고, 먹먹한 마음 내려놓고 오란다.다 저녁에 여행 짐 싸다 말고 친구가 선물한 연두색 머플러를 목에 두른다.
혼자 산 지 꽤 된다.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자식들은 뿔뿔이 흩어져 산다. 더러 아직도 퇴직한 남편에, 결혼한 자식들까지 가까이 끼고 사는 친구들을 보면 좋아 보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친구들도 나를 보고 같은 말을 한다. 좋아 보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고. 오버 더 팬스(over the fence, 담장 너머) 현상이
나는 일본 강점기인 36년에 서울이 아닌 변두리, 그 당시 호적에 적혀 있는 경기도 고양군 한지면 신당리에서 태어났다. 당시 우리 집은 경기도 여주에 대농이라 할 수 있는 부농 집안으로 서울과 여주에 살던 집도 모두 두고 온 것이다.그곳에서 아들 귀한 집에 우리 형제가 3년 터울로 태어났다. 여주에서 장손 하나를 비명에 보냈고 아버지 형제는 딸만 둘씩 모두
정월대보름을 앞둔 며칠 전 택배가 왔다. 발신인은 생각만 해도 그리운 고향 친구의 이름이었다. 꽁꽁 싸맨 상자를 열어보니 보름에 해 먹을 나물 등과 연한 보리를 잘 다듬어 신문지에 정성스레 싼 그녀의 정성이 들어 있었다. 눈물이 왈칵 솟아올랐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비닐에 싸고 또 싸서 얼음을 위아래로 넣은 은박지 속의 홍어 애가 있었다. 홍어 애는 벌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