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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나는 어제 태어난 구름입니다

얼굴을 많이 바꾸었습니다여기까지오는 동안 바람은 때마다 불었지요나는 어제 태어났지만어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내일은 이미 내 속에 있었는지 모릅니다잴 수 없는 시간은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라는데요 당신은 내 안에 있는데, 어디에도 없는오후가 무너지고 있었어요그늘을 만들다니요?나는 무게가 없는걸요비행운을 남기고 전투기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집니다&nbs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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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깊이와 높이와 넓이를 갖춘 경상북도지회

[지역특집] 경상북도지회 소개 1.태동에서 현재까지1962년 6월, 경북문인협회는 초대 회장 유치환을 중심으로 창립되어 경상북도와 대구 지역 문학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창립 당시 대구공회당 지하 다방에서 유치환, 이호우, 이윤수, 신동집, 박양균, 박훈산 등 30여 명이 모여 창립총회를 열었으며, 이후 1981년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되

  • 김신중경상북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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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나는 빨간 볼펜으로 글을 쓴다

1970년대 말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이십대 후반이 된 나는 몹시 초조해졌다. 스물여덟 이전에는 꼭 신춘문예에 당선하겠다는 나의 결심은 어쩌면 이룰 수 없는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안 돼!’ 하면서 의기소침해 있는 나를 다그쳤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사람이 『현대시학』에서 시 1회 추천을 받은 것을 보았

  • 전병호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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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쌍무지개

오늘은 우리 동네 5일 장날입니다. 학교가 파하자마자 나는 동생 슬기와 함께 장터로 가보았지요. 채소와 생선들이 넘쳐나고, 고양이, 토끼, 강아지, 병아리 같은 작은 동물들이 철망 안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우리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것은 단연 고양이입니다.“형, 얘 좀 봐. 털빛이 너무 곱다, 그렇지?”“나는 그 옆에 있는 노랑이

  • 조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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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가을 묵상(默想)

낮은 짧아졌고 밤은 길어졌습니다. 차려입은 여인보다 화려했던 장미는 염천(炎天)의 뜨거운 태양 아래 온몸으로 받아냈던 피의 향기를 갈 바람에 실어 어디로 보내는지 알 수가 없는 계절입니다.찬란했던 여름의 노을이 황홀지경 벅찬 가슴 물들였다면 석양이 구름을 만나 붉음을 토해 내는 가을의 노을은 머뭇거리며 계절이 두고 가는 흔적 앞에서 들숨과 날숨이 사라진 먹

  • 이정원(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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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낙엽 이불

가을은 그리움이다. 코끝에 스치는 나뭇잎 익는 냄새, 그 향이 서서히 다가와 내게 머문다. 개천변의 벚꽃잎도, 도로변의 은행잎도, 우리 집 목련 잎도 빨강, 노랑, 커피색으로 알록달록 익어 간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 때문인지 아직 대지의 숨결은 무겁지만, 곧 가을 냄새가 공기를 바꿔 줄 거라는 기대에 마음이 가볍다. 귀뚜라미 울음이 시끄럽게 들리는 것을

  • 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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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8일 만에 끝난 토끼동산의 꿈

매일 아침 운동을 하는 뒷산 등산로에서 토끼를 만난 건 6년 전. 어느 따뜻한 봄날 새끼 토끼 두 마리가 나타나 뭍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1∼2년이 지나도 식구가 불어나지 않아 의아해했다. 혹시 같은 종(種)끼리만 살고 있나 했는데, 어느 날 새끼 6마리를 데리고 나타나 식구가 8마리로 늘어났다. 동네와 가까워

  • 박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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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깊이 바라보아야 보인다

새벽을 가르는 뿌연 박명이 이름 모를 섬의 자태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반짝이는 불빛 사이로 바다에 오른 배가 보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움직임을 알아챌 수 없도록 나아가고 있지만, 방향만은 제대로 알고 있다는 자부심 섞인 흐름이다.그 앞 낮은 건물 사이로 일찍 깨어나온 새 한 마리가 공중에 획을 그으며 날아간다. 힘찬 하루를 살아

  • 이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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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따분함과 호기심 사이에서 당당하게

빛이 닫혔다고 어두운 것이 아니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대전 여성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대체 학습으로 개설한 ‘나도 작가다’라는 과정을 몇 년간 이끌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온몸으로 쓴 글을 편집하고 퇴고해 『어둠도 빛이더라』라는 책을 세상에 내보였다.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지도한다는 것이 처음엔 버거웠지만, 점점 글쓰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 김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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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따뜻한 마음

새벽 1시 30분쯤, 어머니가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남겨진 세상과 정을 떼기 위해서였을까?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의 즐거움도 마다하고 조용히 누워 있다가 삶을 마감한 것이다. 어머니는 새로운 세상으로 소풍을 떠나며 자식들에게는 풍목지비(風木之悲)를 남겼다. 어머니는 조용히 떠나셨다지만 자식들에게

  • 이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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