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민경이 마주 앉았다.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민경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나를 힐긋 보고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폐업할까 봐. 도대체 매출이 안 올라.”“관두면?”“굶어 죽기야 하겠어. 다른 거 찾아봐야지. 이제 패브릭은 진절머리 나.”“뭘 할 건데? 여기서 계속할 거야?”“여긴 월세가 감당이 안 돼. 싼 데 알아봐야지.”가게 계
- 박산윤
나와 민경이 마주 앉았다.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민경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나를 힐긋 보고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폐업할까 봐. 도대체 매출이 안 올라.”“관두면?”“굶어 죽기야 하겠어. 다른 거 찾아봐야지. 이제 패브릭은 진절머리 나.”“뭘 할 건데? 여기서 계속할 거야?”“여긴 월세가 감당이 안 돼. 싼 데 알아봐야지.”가게 계
간절기가 아니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사이,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오는 사이. 어느 요양원이나 매년 고인(故人)이 생기는 미묘한 시절, 그런 시간이 아닌 아주 평범한 어느 봄날이었다.“아악. 조, 조장님!”새벽 다섯 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상 후 분주하게 기저귀 케어를 돌던 복도의 소란을 외마디 비명이 찢었다. 3호실에서 이금순 노인의 엉덩이를
아득한 시간에 갇혀 잠이 든 공룡 화석 세월에 쌓인 흙 한겹씩 벗겨내자 공룡의 모습들이 나타난다. 시간에 묻혀잊혀진지오래된 내 사진첩 공룡 화석한 겹씩 떼어내 듯 한 장한 장 넘겨 보면 옛 추억들이하나씩모습을 드러낸다.
한 엄마는슈퍼맨처럼힘도 세고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워요가끔은 도깨비처럼 으스스해요 또 한 엄마는 아이처럼꿈을 꾸고 봄 햇살 같은 마음을 나눠요 웃음도 많고 눈물도 많아요 두 엄마는 언제나한 사람사랑하는 내 엄마예요
하늘에서 내려온작은 섬마을에봄날이 열리고보랏빛 장다리꽃이다복다복 핀 예쁜 꽃길 노랑나비 놀러 와여기저기 입맞춤하다살며시 달려온 봄바람에 나폴나폴 멀리 날아간다 고불고불 바닷길 걸으며 출렁이는 물결 따라자박자박 룰루랄라콧노래 부르며 신이 난다 에메랄드빛 바다에풍덩, 풍덩조오련 선수처럼일등 물개가 되고 싶다
[청소년시] 꿈꾸던 고향길 들어서면동네 개 짖는 소리아련한 그리움파랑새의 재빠른 날갯짓물 속의 은빛 피라미를 향해 돌팔매처럼 뛰어 내리고땡볕에 그을린 검둥이 친구들 어렁바위 부엉이 소리 울기 전ㅡ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해는, 구름에 얼굴 가리고 서쪽 산을 차마 넘지 못했다자색빛 곱게 물든 하늘 장엄한
참 맑은 하늘 아래 만국기처럼 팔랑이는 지킴이 느티나무 울긋불긋 물든 잎새 운동회 아이들인 양 참새 떼만 포르륵 가슴에 명찰 달듯 예쁜 웃음 안겨주던 가난함 다독이며 꿈 심어준 여선생님 지금은 어느 도시에 꽃을 피워 사실까 내 짝꿍 은정아 큰 소리로 불러본다 운동장 한편에서 강아지풀 뛰어오고&n
봄 햇살 환한 날 꽃들과 작별한 후비바람 맞아가며 제 꿈을 키우는몽긋한 푸른 열매들 꿋꿋하게 견딘 한낮 태풍도 다녀가고 땡볕도 견뎌가며풍만한 향기 위해 곁눈질 한 번 없이온몸에 촉수를 세워 제 몸을 다스린다 과수원에 등을 켠 듯 단풍 물든 햇살 아래두 손으로 사과를 따 한 입 베어 물면어느새 가을빛으로 내 가슴도 물들었다
가슴을 부여잡고떠나온 내 고향땅 수많은 세월 탓에모습은 낯설어도 곱게 핀제비꽃 하나옛날처럼 날 반기네.
에너지 개발하니 공장이 늘어나고먹거리 늘어나니 인구가 폭발하네급기야 지구는 만원 얼마나 수용할까. 현미경 세밀하게 망원경 원대하게발전을 거듭하니 어제는 전설일세과학이 지배한 세상 어디까지 달리나. 창조는 과격해서 옛것을 파괴하고오로지 승리일 뿐 이기심 가득하네핵무기 손에 쥐고서 생존마저 흥정한다. 생명을 조작하고 우주도 여행한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