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다리는 보리밭에옴팍한 국그릇 모양의둥지 지어 놓고쑥 빛깔 알 낳았다고‘종달종달’ 노래하고개개비는 갈대밭에오목한 밥그릇 모양의둥지 지어 놓고동글갸름한 알 낳았다고‘개개개개’ 노래한다.새의 부리는귀여운 악기다.
- 오순택
종다리는 보리밭에옴팍한 국그릇 모양의둥지 지어 놓고쑥 빛깔 알 낳았다고‘종달종달’ 노래하고개개비는 갈대밭에오목한 밥그릇 모양의둥지 지어 놓고동글갸름한 알 낳았다고‘개개개개’ 노래한다.새의 부리는귀여운 악기다.
나 대신 꼭 껴안고 자야 해 처음 안아 보는 분신매일 내 곁을 지키고 있다부드럽게 휘감은 팔 둥글게 둥글게우정을 말해주고오랜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표정 멀고도 가까운겨울방학 같은 것하루 종일 속삭여도 뛰지 않는 심장 죽은 새 같아뾰족한 손톱들 모아 꾹꾹 눌러 주면숨 쉴 수 있을까어느새 얼룩
꽃으로 다지고자 네 이름 꽃다지인가욕심이 너무 많아 그 이름 꽃돼지인가하늘이 맡긴 일이다온 땅 점령하라는봄볕에 틈만 나면 깜박 자는 것도봄볕의 틈새로 반짝 자라는 것도한동안 어디에서나 다반사로 벌어질 일계절이 돌아온 거다 그와의 한 판 승부 너는 피고 나는 뽑는 어쩔 수 없는 것은하늘이 맡긴 일이다 피차 살아 있음에
이맘때 유월(음력)이면 배가 부른 엄마였지 남들이부채들때풀한포기더뽑으며만삭인나를 붙들고땀 흘리며 달래셨지그렇게 잠든 내게 오늘일까 내일일까 그 틈에 엄마 말을 눈짓으로 알아듣던 고놈이오늘날 커서그 얘기를 시로 쓰네
어스름 골목길에 붉은 등불 켜지면낮과 밤이 바뀌는 곳 이름 없고 고향 잃은지워진 이름 석 자는 달맞이 꽃이랍니다찬바람만 오고 가는 긴 골목길 어둠 속한치앞도안보이는 삶조차 희미한 늪길 잃고 방황하는가 짓눌린 삶의 무게로원래의 이름 찾아 대추벌로 불러주오갈곡천 떠내려간 여인의 한도 잊고돌
<나비>엄마 품이 그리운 이름 모를 아기가엄마 그림 그려 놓고 그 품에서 잠을 잔다. 두글자엄마라는 말꽃향기 같은 그리움<별>아일린 쿠르디* 시신으로 밀려온 아기빨간 티에 청바지 물 젖은 그 모습이 별 되어하늘에 산다밤하늘을 밝힌다.<바람>서로 다른 색깔로 서로 다른 목소리로 네 탓이다 네 탓이다
오롯이 한 생을 직립으로 살아오다낙엽송 상수리들과 턱없는 키재기 한 판마지막 끝자리에서 굽은 노송 한 그루아니다. 아니다. 부르짖어도 마침내꺾이지 못하고 굽어 선 노송이여그래도 굽을 줄 알아 바람 소리 머금다*고산골: 대구시 ‘앞산’ 소재 골짜기 이름.
갈매기 눈금만 재고 있는 해변의 찻집 뜰 앞에 온 길도 없이 등굽은 해송 한 그루발 아래 제 그림자만고해인 양 바라보고갯바위 떠나지 못하고 서 있는 등대가물결만 되새기는 바다보다 외롭다고파도는 수평선을 접었다펼쳐 놓고 가는데때 되면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노을이 체온처럼 비치는 찾잔에 잊혀진 입술 하나를잠시 그리고 간다
나날이 쌓이는 예금사랑의 이자그 안에 담긴 건사랑의 크기아무도 차압하지 못하는 둘만의 정표훈훈하게 쌓아 놓은 사랑의 탑무너지지 않게행복통장으로 품지요
불타오르던 태양이 사라지고파란 하늘과 바다가 어슴푸레 회색빛으로 젖으면 천 개의 바람은 매지구름을 바다에 뿌려 놓는다망망대해에 펼쳐진 무채색의 시간에철썩이던 파도는 욕망을 은밀히 숨기고비명 지르던 절벽은 고통을 억누르고 있다자욱한 안개가 숨죽이며 슬픔을 내려놓으니 그리움은 산산이 부서져 바스러지고헝클어진 삶의 기억들은 바람에 실려 흩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