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을 건너창문에 걸린 우직한 세상과 조우한다어제도 그제도 그 먼 곳에서 날아와해빙된 흙탕물이잠깐 환한 세상에 머물러 있다언제 또다시 닥칠지 모르는이미 내팽개진 마음이아슬아슬 숲 그늘에 걸터앉아 있다어둠이 잦아들고또다시 달과 별을 가두어마지막으로 어떤 황홀을 경험하지 못한엄청난 빗줄기가 밤새 춤을 추었다고 하더라몇 번이고 오르는 숨을 안정시키고지난 여름
- 안기필
저녁 강을 건너창문에 걸린 우직한 세상과 조우한다어제도 그제도 그 먼 곳에서 날아와해빙된 흙탕물이잠깐 환한 세상에 머물러 있다언제 또다시 닥칠지 모르는이미 내팽개진 마음이아슬아슬 숲 그늘에 걸터앉아 있다어둠이 잦아들고또다시 달과 별을 가두어마지막으로 어떤 황홀을 경험하지 못한엄청난 빗줄기가 밤새 춤을 추었다고 하더라몇 번이고 오르는 숨을 안정시키고지난 여름
할머니 겨드랑이에 돋은 날개가 투명하지 않았다면나는 부끄러워 울 뻔했다우리는 삼박자 음악에 맞춰 율동을 했고할머니는 무대 아래서 춤을 추셨다할머니 흥의 징후는 언제부터 내 마음에 번져 왔을까한집에 살지도 않았는데어느 날 내게서 발화된 내재율순례길에서도 나는 삼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곤 했다쇼윈도를 빠져나온 음악과뭉툭한 구두굽 소리가 겹칠 때면나는 빨간 스커트
땅따먹기 놀이로 땅부자였던 어릴적 기억 아련하고 헌집 줄게 새집 달라는 두꺼비 힘 빌었나매년 새로 짓는다는 까치집 시샘해선가천년 넘은 은행나무 품에 안기려용문에 둥지 틀었지자연의 동서남북 알록달록뒷산 푸르름 젊은 숨 내쉬는 숲그늘하늘 삼고 흙 속 보석 일구려 용쓰는 건지나이 들수록 도심 쪽 누우라 훈수들 하는데 콩깍지 씌였나양평군 용문면
슬픔의 강이 길까이별의 강이 길까너의 가슴에나를 누이면함께 흐르던 강줄기슬픔은 슬픔대로 이별은 이별대로 혼자서 흐르는 것세상그 뒤안길에서 너를 만난 기쁨이 너를 안은 행복이다시 긴 강이 되어 흐른다면
비가 오면파전에 막걸리가 생각나네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바라보며 고인 물에 파문이 일어나시장 골목길 난장 난장 울려 퍼질 때막걸리 한 잔에 파전 한 조각 씹으며 어느 시인의 낭만을 생각해 보겠네비가 오면왕십리 사는 박 작가에게 소식을 전하겠네파전 맛있게 하는 집 곁들여 막걸리 시원한 집발코니에 앉아지성을 이야기하고&nb
단식한 뒤 어느 날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바라보니 나는 어디 가고 어머니가거기 있었다어머니의 큰 키 어머니의 넓은 가슴어머니의 자애로움이 아니라이 세상 떠나실 때의 그 모습이 거울 속에 담겨 있었다아 나는 아무리 닮으려고 노력해도비치지 않던 어머니의 모습이거기 담겨 있었다딸이었구나 내가 그 어머니의…
세월을 안고 있는 산방산을 보며 그가 힘든 삶을 지탱한 건무엇이었을까성 안으로 들어가는 길인고를 새긴 바위가 사열한다정낭 기둥은 내려 있지만주인은 어디에도 없다잠시 돌아보니생전의 모습과 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이 “예 있소”수선화가 환하게 웃고 있다무거운 느낌으로 시작담백해지는 서체그리고 편해지는 감정나만이 그럴까그래도 송백은 예나 지금
늘 다시 보고 싶은 봄기다리는 등불 너머 등성이엔겨울 덤불 헤쳐진 산목련 피고하늘의 첫눈 어머니 오신다풋풋한 잎들이 날개가 되는 새봄 오색동 저고리에 연둣빛 고름 날리며 돌아서 돌아서 오시는 산허리엔초록 신바람 융단이 깔리고푸른 별 숨소리 어머니 오신다봄이 또 오는 무렵이면 자라나는 깊은 그리움, 순백의 햇가지꽃샘추위 눈망울 속에
폭설 내리던 밤바람도 하얗게 질렸으리라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선비의 벗이 되기도 했으나 폭설 앞에서는 아프다하얀 눈송이 솔잎에 소복소복 솜뭉치처럼 쌓여천근만근의 무게끝내 감당 못하고 부러졌으리라 우지직 단말마산짐승도 울음을 보태고산골짜기의 적막은 깨졌으리라 줄초상이 난 듯꺾이고 부러진 솔가지통째로 부러진 것도 여럿 
하늘을 올려다보니이미 낮은 지나가고밤이 둘러싸였다우리 곁에서 찬란히 살다죽은 섭생들언젠가 그들처럼 죽으리라 내 썩은 시체를 환호하는 것들 욕심의 덩굴을 키우며뻗어 가겠지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들은 아직도내가 살아 있음을 모르리생과 사가누구에게 좌우될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아무런 걱정 없이죽어도 되는데별꽃들이 팡팡 터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