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움켜쥔 푸른 산맥을 본다 나는 백두대간 속 대한 사람 동란에 깊은 산속 숨어 지낸할아버지 혈맥이 푸르게 이어져 솟았는가 두 손 모아 찻잔 감싸면양쪽 푸른 산맥이 불끈 일어선다 이쪽과 저쪽 사이죽은 강물 같은 커피 비워내며꽃사슴 푸른 산맥 오갈 수 있기를 산허리 박힌 가시 뽑히기를 울룩불룩 솟은 혈맥
- 정송희
찻잔 움켜쥔 푸른 산맥을 본다 나는 백두대간 속 대한 사람 동란에 깊은 산속 숨어 지낸할아버지 혈맥이 푸르게 이어져 솟았는가 두 손 모아 찻잔 감싸면양쪽 푸른 산맥이 불끈 일어선다 이쪽과 저쪽 사이죽은 강물 같은 커피 비워내며꽃사슴 푸른 산맥 오갈 수 있기를 산허리 박힌 가시 뽑히기를 울룩불룩 솟은 혈맥
빈 종이 펼쳐지니먹빛 한 점 없어도마음은 가득 차네 침묵이 웅장하여보이지 않는 그림이가슴에 펼쳐지네 무한한 여백 속에새로운 세계 피어나아름다움 넘치네.
늘 하늘이 내려다보았겠으나나는 내려다보지 않고 걷던 길아무렇지도 않게 제 안전만 생각하며땅을 시끄럽게 하는 데 익숙한 발이겸손하게 맨발로 걸어보기로 했다발 아래를 찬찬히 내려다보며 걷는다평소 아주 무시하고 지나쳤을 세상낮게 엎드려 걸어가는 작은 생명들 보이고작은 돌조각 사소한 이파리며 가지들 보인다 사소한 것들이 불편하게 발을 만난다귀를 기울이기보
바다 언저리진흙 뻘 속에서수많은 미생물숨 고르는 소리짭짤하게 간기 젖은 뻘 밭에서의 몸짓 소금물 든 수로에는 거미줄처럼 꺼풀 막 달밤엔 거울처럼 맑게 은물결 총총한 별빛 천사 하얀 날개 옷깃에 자라난 작은 알갱이 한낮 뜨거운 태양열에 온갖 불순물삭히고 녹여 알알이 잉태
뜨거운 숨결강렬한 햇살태양의 노래가세상을 흔들어 놓았다 못살겠다아우성치던 절규아이스아메리카노에 마음 하나 내려놓는다 삶에지쳤음일까 하나, 둘시간 앞에 서있다 잠시쉼 하는 시간이다 초록 물결파도처럼 밀려와하얀 포말을 일으킨다 나에게주는 선물참 행복하다 살아 있다는 것 아름다운 축
지난날익지 않은 채 떨어진 언어가 물속을 떠돌며흩어진 이야기를 찾는다 퍼렇게 눈 뜨는 바다파도가 몸부림을 치며바다의 시간을 엮는다 기억을 더듬으며지난 이야기를 모으는 파도 파도는 눈을 감지 않는다
태백산에 가면 바람이 세차다갈 때마다 황소바람이 뺨을 휘몰아친다.바람 부는 날에만 간 것도 아닌데정상에 오르면 날아갈 것처럼 돌개바람이다.그 세찬바람〔風〕에 오래된 주목나무 잔가지는바람맞은 데로 볼썽사납게 휘어져 있지만그 의연함을 볼 때마다 천년의 몸매는 미소로 답한다. 사계절 불어오는 바람 눈〔眼〕이 지켜보고 있어서일까 변절하는 잡초들에
넘어가지 않는 시를 꾸역꾸역 삼키다가책을 덮어버린다소화제를 삼키고 가슴을 치며폭염보다 무거운 페이지를 다시 넘긴다잘근잘근 씹어 삼키려면 틀니를 해야 하나 이모의 오독거림을 보고 처음으로족발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오독거리는 소리가 틀니에서 비롯된 것을 알았을 때틀니를 자랑하던 이모는 떠나고 없었다 기름진 뼈를 발라내듯읽히지 않는 책을 들
나비야 흰 나비야 봄바람 어디 있니 들꽃 향기 물들어도 봄빛이 그리워라 저 푸른 산 너머에 새싹들 춤춘대도 내 마음은 흙빛으로 머물러 있구나 회색빛 강물 위에 노을이 물들 때면 꾀꼬리 노랫소리 봄 소식 전해오고 할미꽃은 속삭이며 나를 잊지 말라네 소쩍새 울음소리 깊은 밤을 깨우네 나비야
직각으로 닫은 고집이 불 꺼진 창마다쉼표로 찍고 말이 없다길게 추린 하모니카에 호흡하는 일상이신호등처럼 깜박거린다블록으로 쌓은 벽들이 모르는남이 되어가는 까닭에성냥갑으로 열고 닫히는 순간에도무표정이다낯선 풍경으로 다가오는 어색함이낯선 이방인들이 모여 사는 무인도외로운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