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좋아 물이고 싶다맑게 흐르는 물처럼물이고 싶다맑은 몸으로 흐르는 몸짓으로 좋아나도 그렇게 흐르고 싶다도랑과 시내를 지나도작은 조약돌과도 큰 바위 사이를 지나도푸른 잎을 태우고도낙엽을 안아도언제나 그 맑은 몸짓그대로이듯이 세상을 맑은 물처럼 살고 싶다물처럼 그렇게 남고 싶다
- 장상배
물이 좋아 물이고 싶다맑게 흐르는 물처럼물이고 싶다맑은 몸으로 흐르는 몸짓으로 좋아나도 그렇게 흐르고 싶다도랑과 시내를 지나도작은 조약돌과도 큰 바위 사이를 지나도푸른 잎을 태우고도낙엽을 안아도언제나 그 맑은 몸짓그대로이듯이 세상을 맑은 물처럼 살고 싶다물처럼 그렇게 남고 싶다
당신과 나의시간이 만나던 순간을나는 기억한다.온몸으로 울먹이던 까만 밤이반짝,별이 되어지상에 내려앉던그 찰나의 공명을나는 잊지 못한다. 나의 시간이당신의 시간을 품듯 함께 울어 눈부신 까만, 밤 함께 빛나 눈부신이 밤. 별이 반짝이는,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고왕래해야만 좋은 계절 사람 마음오는 데 가는 게 없으면 다음이 없고 가는 데 오는 게 없으면 거리가 멀어진다 상하 고저 전후 내외 주야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어야둘 다 존재 가치가 높아지지만혹여 분리되면 사라질 일만 남게 된다 그리움 연민 동정 애증 사랑설레고 간절하지만 낯설고 밉기도 한 것 
봄꽃을 기다리던 아이는하얗게 피어나는 꽃잎을살포시 눈망울에 담았지 담장 너머 휘어진 가지마다주렁주렁 매달린 살구골목길을 굴러달콤한 향기를 퍼뜨린다 치마폭에 담긴 노란 살구알소녀의 숨결까지 익어가던 여름 소낙비에 젖어디딤돌 틈에 점점이 굴러가던살구 몇 알 달큰한 향기 속에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그 여름
봄은 변함없이 왔는데우린 강물처럼 흘렀고추억은 봄꽃처럼 물결에 어리네 아침엔 갑장의 발인을 보고점심엔 벗의 생일을 축하하니삶과 죽음이 한 곳에 있구나 사랑하고 만지고 느끼는지금 이 순간이 축복인걸말해 무엇하리 함박꽃처럼 웃으며이 햇살처럼 눈부시게물 그림자같은 그리움으로 우리그렇게 살자평화롭고 순하게 그렇게
표정 잃은 운무의 낯빛새파란 불안이 내린다 해묵은 번민을 털어내고 있는 정갈한 허공에는 물고기 한 마리 올라와 산다등짝에는 범패를 업고 왜 갈등의 안쪽은별볼일 없는 기대에 불붙는지 까칠한 미래가 휘청일 때죽비처럼 미망을 때리는가 너를 향한,찌를 듯한 눈빛 내려놓으려 찾은 곳묵은 전각 옆 고목은 나를 향해 휘어지고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샘솟는 봄의 설레임도짙푸른 녹음도뜨거운 태양볕도이젠 사그라들고사색의 계절이 다가왔다고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노오란 은행잎과빠알간 단풍잎이 빛을 더하고 풍요의 상징벼이삭이 고개 숙이면배추와 무를 심는 농부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지는데풍년을 약속하는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줄
따가운 햇살 아래군사를 불러 세워호루라기 불며 지시한다 보름 전 세운 작전부족한 군사 먼 전방에서파견 나온 지원병국수한그릇말아주고 오늘의 작전구백 평 들판에 늘어선양파 무리를 소탕하는 일언제든지 호루라기만 불면전투에 나설 만반의 자세로 배급을 받는다 정수리에 햇빛의 총알 쏟아지고 땀으로 온몸 젖은 오후
첫눈이 폭설처럼 내렸다당신의 부재도 마흔아홉 번째눈처럼 쌓이고 있었다 “엄마가 주는 마지막 돈이야”언니 손에서 건네받은 작은 봉투 학창 시절 수업료 봉투 하나가기억 너머에서 다시 손에 쥐어졌다 여름의 모서리들이 붉게 타들어 가면당신은 그 계절을 담아 빈 살림을 채우곤 했다 찬밥으로 허기를 달래던 밭고랑의 오후 붉
청설모 노닌 흔적 풋 먼지로 희미해지고 봄날 오후 산그림자 고요한 숲으로아무래도 나는 영산홍을 보러 가야겠다 나란히 갈래줄 짓는 오솔길 따라붉은 정색 저고리 여미는 여인들이여 나를 이끄는 손길 따라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에서 사월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