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을 모아본다 피피김빠진 소리지만넘어졌던 무릎들이 따라온다 저 언덕 돌아논두렁을 걸어주조장 모퉁이로 되돌아올 것만 같아 휘휘 또 휘휘 소쩍새가 운다
- 백혜옥
입술을 모아본다 피피김빠진 소리지만넘어졌던 무릎들이 따라온다 저 언덕 돌아논두렁을 걸어주조장 모퉁이로 되돌아올 것만 같아 휘휘 또 휘휘 소쩍새가 운다
ㄱ/ 딱 봐도 넘 불안하지 않니 당장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잖아그래도 이제 시작이니까 뭐ㄴ/ 그렇다고 벌써 아주 퍼질러 앉는 건 좀 그렇다 그치? 정수리 두껑 훤히 열어 놓고서ㄷ/ 그래 일단 좋아 앞뒤 꽉 막힌 것보담야 낫지 않니족히 전방 시야는 확보한 거니까ㄹ/ 순탄하던 타래 뭔가 좀 꼬인다 싶더라니하지만 층고가 그리 높지는 않아 다행ㅁ/ 답답하
새소리 들려오는 아침조용히 눈을 감는다 광야에 길을 내시고샘물을 내시는 하나님 부르짖어 외치는 소리에너는 내 친아들이라 하시며 부르짖어 외치는 소리에 내가 너의 주인이라 하신다. 환란 뒤에 오는빛나는 무지개 빛 언약 연단 받은 자들은의와 평강을 맺으리라. 흑암에 앉은 자를 세우시는 눈부
살아내는 일에 급급해시를 잃어버렸고여유를 잃어 버렸고녹록지 않은 삶 앞에무너질 때 있었지만어느 날한 권의 문학지를건네준 문우를 통해시심에 불을 붙여그루터기로 남아 있는뿌리를 찾았다여러 지면을 통해학창 시절의 꿈을 펼치고 오늘도하얀 종이에 춤추는 시어 한땀 한땀 수를 놓는다
가깝게 오래 사귀었다없는 듯 버티고 있는 온도가 서늘해서 따뜻하다 소요가 수시로 여닫는 수요를 매만진다가난할 때 더욱 빛이 나는 것일까 적막이 큼직한 냉장고를 들여놓았다말과 멋의 온도는 신선한 눈금으로 맞춘다 해독 쥬스 계란후라이 올리브유 연근가루독특한 냄새를 견딜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말을 수시로 여닫는 냉장고
한때는 뜨거움이 있었지손을 대면 데일 것 같아그만 은은한 향기에 취해내 스스로 식기만을 기다렸지 커피향기 넘어 아스라한 기억 가슴을 저미는 상황 논리 속에 어쩌다 향기마저 놓치게 되었지 손님이 가고 나면 찻잔은 식는 법 그래도 이담에 올 손님을 위해 찻잔을 비우듯따사로운 온기를 그리며내 마음의 불을 지핀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와아름답게 타오르는 저녁놀을 보다가 어느새흘러가는 달빛에 취하며 따라가다 보니 해는 다시 그대로 떠오르고달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 잡아도 잡아도 가는 줄로만 알았더니 게으르지 않은 계절은 다시 오고 그저 되풀이할 뿐내가 세월이었다
내 방벽 한켠에거울이 걸려 있다빛바랜 나무 테두리아주 낡은 거울이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걸려 있었던조모님의 특별한 거울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나는 으레 이 거울을 본다 일곱 살 때부터 쭉 해온버릇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면거울 주인인 조모님이 아니라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늘 입던 쑥색 치마의&n
공창에 새겨진 눈들의 묵시를나무가 맨손으로 받아 읽는다해석되지 않는 문맥의 무게를가지마다 견디며 필사하고또 다른 문장을 한 글자씩 지워갈 때나무는 한 단의 문장을한 무더기씩 떨어뜨린다때로는 그 무게 못 이겨한쪽 어깨가 탈골되기도 한다 세상에 붙여진 이름을 지우기까지얼마나 많은 문장을 새겼을까 나무가 눈의 단어를 받아내고한동안 침묵에 서려
독서 취미로 팔순을 바라보는 여섯 시니어 동아리가기차 여행을 떠났다경로 할인의 무궁화 열차 조용하고 안락한 좌석에 차창 밖 풍경은날마다 푸르러지는연초록 산야가반갑다고 손 흔들어 주니 이제는 무디어진 가슴도 모처럼 설렘이 파도친다 푸른 산과 들 고즈넉한 마을 터널도 지나고 내린 곳 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