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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72호 나를 다시 세우자

오랜만에 요양원을 찾았다. 요양원 입구에 우뚝 선 홍련, 백련이 인사한다. 먼저 사무실에 들러 입실 전에 열 체크를 하고 아코디언 연주가 이 선생님과 높이 쌓인 음향기기를 싣고 요양원 2층으로 갔다.올해 초, 요양원 원장님이 나의 안부를 물어왔다. 매월 어르신들 생신 잔칫날에 공연해 주었으면 하는 부탁을 받았다. 건강이 안 좋아 휴식 중인데 괜찮아지면 그리

  • 김민서(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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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72호 사진에 비친 추억

앨범을 정리하다가 옛 추억의 사진을 발견하였다. 사진 프레임 안의 배경을 보니 1970년대부터 1980년대 고향 거리의 풍경이 촬영되지 않은 사진 프레임 바깥 풍경까지 뇌리에서 활동사진처럼 재생되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닐 적의 내가 기억하는 고현 거리가 떠오른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3.5㎞ 걸어서 등교하였다. 눈이 오는 날이면 고현항과 연접해 있는 산

  • 옥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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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72호 바람에서도 냄새가 나던 입덧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큰 보람만큼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다. 이 세상 어느 작은 것도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하물며 자식을 얻는 일인데 어떤 어려움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우선 산고(産苦)의 고통과 그에 버금가는 입덧이라는 게 있고 그 과정도 결코 만만치가 않다. 지금이야 문명이 발달되고 의술이 첨단을 걷는 시대니 그렇지는

  • 김영남(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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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72호 서삼릉, 효창원에 다녀오다

그날도 이렇게 더웠을까? 이백육십삼 년 전 윤오월 스무하루. 복중 무더위 속에 작열하는 태양은 정수리에 꽂히고 바람 한 점 없었다. 개미 한 마리 얼씬 못할 삼엄함 속에 마당 한가운데 서 있던 뒤주 속 사도세자는 여드레 만에 운명했다고 한다. 고요와 적막이 감돌았을 창경궁 휘령전(徽寧殿) 앞뜰, 조선왕국 오백 년에 전무후무한 끔찍스러운 임오화변(壬午禍變)을

  • 김상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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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72호 숫자로 전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메시지

최근 들어 주변에서 노부모님이 하나둘 세상을 떠난다는 소식을 자주 듣게 되었다. 아직 구순의 부모님이 내 곁에 계시지만, 이별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지난해 12월 초, 아버지께서 허리 통증으로 앉지도 못하시겠다며 누워 계셨다. 처음엔 일시적인 통증이라 여겼지만, 증상이 계속되어 결국 119 구급차를 불러 유명한 정형외과로

  • 장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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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72호 삶의 문장부호

원고를 퇴고하는 과정에서 겹낫표를 써야 할 곳에 홑낫표로 잘못 표기한 것이 발견되었다. 이때 문득 문학작품에 문장부호가 있듯이, 우리 인생에도 삶의 문장부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하고, 인생은 퇴고의 연속이라고 하기도 한다.지난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삶의 문장부호를 수없이 던지며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듯 살

  • 김상환(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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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72호 흑두루미 춤

흑두루미는 러시아의 습지나 넓은 갈대밭에서 살며, 3∼4월에 두 개의 알을 낳고 10월이 되면 추위를 피해 일본, 중국, 우리나라의 순천만에서 월동을 하는 철새다. 전 세계 개체 수는 1만 마리 내외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하며 멸종위기의 철새다. 순천만에서 겨울을 보내는 흑두루미는 2024년 3월 7,000마리 정도 있었다고 한다. 흑

  • 김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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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72호 모정의 탑

삼십 대 초반, 신아조선에 근무할 때다. 버스를 타고 다니기 불편해 조선소 근처에 집을 지어 이사했다. 마을 어귀에는 충신, 효자, 열녀들을 표창하기 위한 아담한 동산이 있었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눈길을 붙들었다. 어머니는 6·25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청상이 됐다. 당신의 파란만장한 생애의 한 많은 삶을 기록하고 싶었다.시청 담당

  • 김수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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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72호 소리

세상은 온통 소리로 꽉 차 있다. 그것이 시끄러워서 좀 조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내가 청력을 잃기 전에는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던 소리들이 이제 보청기를 끼고 나니 새삼스럽게 세상은 소란한 소리가 많은 곳이란 생각을 더욱 갖게 한다. 거리로 나가면 전에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들었던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왜 그리 시끄러운지. 그 밖에 시내에

  • 전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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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72호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으리

일상이 왜 이리 바쁠까? 작년 봄, 도심에서 꽤나 벗어난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오고 난 뒤엔 더욱더 종종거리게 된 것 같다. 마트 가는 길, 은행 가는 길, 서점과 백화점 가는 길은 예전보다 훨씬 더 멀어졌다. 대신에 산과 숲으로 가는 길,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길, 꽃이 피고 단풍이 물드는 자연으로의 길은 더욱더 가까워지고 확장되었다. 시골의 조용함과 도시

  • 김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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