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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구름 낀 하늘 아래 밀더미*

노란 심장을 가진검은 새는 누구의 날갯짓인가 폐곡선을 그리다 정해진 길로 되돌아오기에물웅덩이에 비친 날개가 더 검다화가는 죽음의 발길을 헤아려 오베르에 이르렀나 흐린 하늘을 담아 더 짙푸른 물웅덩이 캔버스 오른쪽에다오베르 묘지의 벽 일부만 그려 놓았다죽음은 벌써,벽에 손가락 하나로 밑줄을 그어두었을까 구름의 깃털들, 여리

  •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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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쇠똥구리를 위한 헌사

다들 피해 가는 똥을 돌돌 뭉쳐굴려 가던 곤충에게 시선을 뺏긴 적이 있다동그란 그것을 몇 번이나 놓치고도포기하지 않던 미물의 집념에 넋을 잃은 것이다덩치 좋은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즐기면서배합사료나 농약이 묻은 먹은 것은거들떠보지도 않는다니,나름대로 까탈스러운 족속이다똥을 파먹고 배를 채우면집에까지 굴려 가서 그 속에 낳은 알이애벌레가 될 때까지 가장 노릇에

  • 배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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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수중보·3

스스로 내려서는 것과추락하는 차이를한눈에 보는 것은 행운이다 잠실 한강 수중보 전망대에서경사가 서로 다른 여섯 갈래 어도를 함께 본다 알맞은 어도를 선택하고보 위아래를 자유로이 오르내리는물고기는 행복하다 그러나 울부짖어 추락하는 봇물의몸부림 앞에서나는 감당키 어려운 떨림에 놀라고물새들은 즐거운 몸짓이다 물은 흘러야 하나추

  • 이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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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고도를 오르는 여인

안데스 여인, 산을 오른다해발 3399 꾸스코에서 삭사이와만 오르는 길 숨을 고르며허리에 두른 색바랜 폴레라*추위도 더위도 겹겹 껴입었다 산등성이 가까울수록 삶은 더욱 가파르고 낡은 샌들 부르튼 발가락어깨를 짓누르는 이크야*칭얼대는 어린것에게 끼푸 를 걸어주며기다리는 이들 있나 보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늘 더 가까이층층

  • 성갑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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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언니 생각·3

둘째조카 결혼식맨 앞 좌석에 있어야 할 사람이보이지 않아 울먹인다 언니 생각에다음 날무수히 내리는 비 속에납골당을 찾았다 생전의 모습사진 보고 옹알이하듯입술 뗀 첫 마디“지지리 복도 없는 사람” 인정 넘치고소박한 삶을 살다간안타까움을 그렁그렁 매단다 지나간 세월기억의 씨앗 마르게 하고슬픔은 그날처럼 빗물 되어 온몸을 적신

  • 이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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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산이 피고 있다

산이 벌어지고 있다붉은 해를 두른 흰 꽃잎여명에 터지는한 찰나가 눈부시다도르르 말린 몸 빼내어흔들리며 주춤 주춤 벌어진다첫울음이 먹먹하다안나푸르나, 세상 다 가리며 피었다 여명의 살에 버무린 피 같은 해그 빛깔로 물들은 꽃이 태어나고 있다 온몸 땀에 젖은 채벼랑에한발을딛고서서 이제 산이 다 열려붉게 품은산 향기 아찔하다 

  • 박복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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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 679호 물구나무서기

거꾸로 선 꽃봉오리들하늘북 치며, 온 지구가 구멍 뚫리도록,책가방 던지고, 뒤집어졌지얼굴 빨개진 초등 육학년 다섯 가시나들약속한 듯, 배워주지도 않은 물구나무서기한다. 온 밤 거꾸로 서서 두 손으로 벌벌 걸었지지느러미 세워 허공을 찔러 솟구쳤는데뚫린 하늘 와르르 쏟아져, 별이고, 달이고, 알 수 없는 꿈, 빙글빙글 돌아내렸지쓰러지고 일어서

  • 박복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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