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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 678호 미혼 자식

칠십 중반의 허리 굽은 어머니마흔아홉 큰아들 밥상 차려 주고오십은 안 넘기겠지 눈치 보니노총각 염치없어 고개만 주억거린다 어머니 눈엔 천지가 색싯감인데금쪽같은 내 아들 짝 될 여자 그리 귀한가장롱 속 며느리 줄 패물 만지작거리며며느리감 손잡고 올 날만 가다린다 답답해 친지들께 호소하면요새 시집 장가 안 가는 것 흉도 아니라네영감은 조상에게

  • 안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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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 678호 빗살무늬에 덧대진 삶

뼈가 아프다새는 멀리 날기 위해 뼈를 비운다는데 너무 멀리 날아왔나 보다 삐걱거리는 날갯짓에 흙더미가 떨어지고무심코 던져버린 물수제비 잔술에 담아 언제부터인지 도굴꾼으로 무덤가를 헤매다이내 사라져버린 음복의 발자국 그곳엔 파랗게 멍든 발굴의 흔적처럼가시연꽃이 애처롭게 피었다 억겁의 시간이 흐른 뒷모습엔덧대어진 그

  • 김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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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 678호 무척산의 푸른 노래

무척산 푸른 기슭에천지 폭포 물보라 곱게 피어나니산허리 살포시 감돌아 정겹게 흘러내리네 푸른 이끼 옷 곱게 차려입은연리지 소나무, 서로 기대어 하나 되니천지연못 맑은 물에 시름일랑 다 풀어놓고뭉게뭉게 물안개가 포근히 감싸오르네 안개 자락에 신선봉은 아련아련 춤을 추고바람결에 흔들바위도 장단 맞춰 살랑살랑지나가는 산바람에 무척산도 어깨춤이

  • 강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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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 678호 호호호(好好好)

낡은 나무 대문에‘우신랑’이라 써 붙였다“우신랑이 뭐예요?”“아 네 그거요?오른쪽엔 신랑이왼쪽엔 신부가 앉아 먹는거시기예요.” 남자는 오른쪽여자는 왼쪽에 앉아“끝내주네요. 묘하게도 감칠맛 나네요.”호호호 깔깔깔불콰해진 얼굴로 손잡고 나갑니다 농담 같은 진담에 함께 웃어서 좋구손님은 건강 챙겨 좋구주인은 돈 벌어 좋구누이 좋구 매부

  • 유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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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 678호 빨간 우체통과 참새

주둥이만 벌리고 서 있는 저 모습을 과연 어디서 봤더라 생각하다가나의 오래된 기억 중에서어렵게 끄집어낸빨간 페인트 통을 엎질러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뒤집어쓴 채신작로 한쪽에 언제부턴가 서 있었지 평소에 마음씨가 따스해 보이긴 해도 묵직한 느낌을 깊게 깔고 있어서곁에 두고 꾹 참고 살아온우리들의 고단함을막상 간추려 적고 싶을 때도어려워

  • 송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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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 678호 과테말라 소녀

마지막 잎새몇 장 붙들고 몸부림치는플라타너스 곁에 앉아호세 마르티의 시「과테말라 소녀」를 읽는다 임에게 사랑의 징표로비단주머니를 짜 드렸지만그는 이미 기혼자였으니사람들은 소녀가추위에 얼어 죽었다지만아니다, 그녀는 사랑에 굶주렸던 것 가을이란 계절은사람의 마음을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나 또한 사랑 노래가 부르고 싶어진다 아

  • 배성희(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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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 678호 그늘 아래

한여름 뙤약볕에 땅이 타들어 간다풀더미 속 머위는 아랑곳없이초록 우산을 펼치고 있다둥글넓적한 잎 하나씩 헤치니그늘 아래 떡하니 앉아 있는 두꺼비,시종의 호위를 받는 왕의 모습이다흑색과 갈색 무늬의 구불구불한 곤룡포 걸치고 앞다리는 갈고리처럼 벌려 딛고커다란 눈 끔벅이며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은 나무라고, 땅이라고그 그늘 아래는어떤

  • 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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