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절벽에 그가 심겼다 빛의 화살을 맞고 타는 맨몸, 화형당하고 있다눈멀어 돌아본다어둠을 뛰쳐나온 아픔이 유리문 꼭대기에 기어올라 끈적이며 뒤척인 길길게 그어놓은 생(生)이 구불텅하다꽁무니가 뱉아낸 체액,번쩍이는 햇살의 계단 뜨겁겠다무슨 저런 희고 빛나는 꼬리를감추고 있었던가 어둠에 갇혔다가 끝내 빛에 갇힌 몸 어둠을
- 박복조시인
유리 절벽에 그가 심겼다 빛의 화살을 맞고 타는 맨몸, 화형당하고 있다눈멀어 돌아본다어둠을 뛰쳐나온 아픔이 유리문 꼭대기에 기어올라 끈적이며 뒤척인 길길게 그어놓은 생(生)이 구불텅하다꽁무니가 뱉아낸 체액,번쩍이는 햇살의 계단 뜨겁겠다무슨 저런 희고 빛나는 꼬리를감추고 있었던가 어둠에 갇혔다가 끝내 빛에 갇힌 몸 어둠을
목선을 타고 싶다 뒤뚱뒤뚱 내 일생 같겠지 노 저을 줄도 모르면서, 물결 타며 가고 싶은데 아찔하게 다시 기어오르는 뱃머리푸른 기쁨은 수평선 바다에 철썩였지 배 끝을 잡고 어디로, 뒤틀리고 숨 막혀도 천 리를 가고 싶던 마음만 실어이젠 노도 없이 출렁인다 이것, 사는것이다절절이 막혀 있어도, 물길은 훤해 
수없는 말의 알들이부딪히며 포말을 이루는 곳침묵이 터져 부서지며 속삭인다 나 태어나기 전부터파도를 넘나들며해일을 건너온 알을 줍는다스치는 갈매기 깃의 그늘,잔잔한 물여울에 비쳐드는햇살의 온기에껍질을 깨는 말의 알, 침묵의 개화 반짝이는 말들이 쏟아진다 사랑, 그 불로영롱하고 그윽한 말의 알 하나 지피면 맵고 아득한 영혼,
나는 일찍부터 노래를 했다. 시도 썼다. 첫 울음은 내 문학의 첫 작품이 아닐까. 엄마로부터 태어나면서 “나는 나다”라고 쓰며 세상에 나왔으리. 주먹을 꼭 쥐고 쓴 그 첫 시는 나의 창작의 산실이었던, 네모난 앉은뱅이 밥상 위 첫 울음이다.국민학교 3학년 작문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내가 쓴 ‘봄’이란 제목의 글이 잘 쓴 글이라며 칭찬하셨다. 내성적인 나는
나의 창작의 산실은 매우 유동적이다. 가장 귀중한 산실은 앉은뱅이 큰 네모 밥상이다. 그 문학 밥상 위에서 여섯 권의 시집이 태어났다.산이나 바다, 구름, 눈물, 벼랑, 바람 속, 꽃잎 벌어지는 신새벽, 어디든 영감은 섬광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지던가. 그것을 가슴에 새겨 두고 삭혀 나의 밥상 위로 모셔온다. 영감의 불씨와 함께. 너울거리며 울먹이던 말들을 쓰
대장간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대장간은 불에 달군 시우쇠를 다루는 곳이다. 시우쇠를 두드려 호미며 괭이, 삽 등 생활에 유용한 온갖 연장을 만들어내던 대장간이 점점 삶의 뒤편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다. 연장을 만들던 대장간이 없어지듯 문단의 대장간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문단에 유명한(?) 격언이 있다. ‘작년에 등단한 사람이 제
새벽의 손 놓고 하루의 손을 잡는 아침나무는 밤새 품었던 새를 날려 보낸다아버지가 논에서 돌아와서 낫으로 연필을 깎아 주던 어린 날은 가고 연필로 글씨를 쓰던 그 어린 날은 가고풀섶에 숨겨 놓은 홍시 한 알 먹고 산을 넘어 학교에 다녔다는 어린 어머니도 가고나무는 하늘로 새들을 날려 보낸다나무는 하늘로 새들을 날려 보내며 하루의 문을 연다
햇살 몽글이 동그라미 그릴 때삼삼오오 짝지어 바쁜 걸음 기댄다 지팡이 짚은 이보다구부정한 허리굳어버린 무릎으로 어기적 어기적어르신들 교통수단 노인 유모차길가 흐드러진 고운 꽃들 날리는데눈길주지못하고바쁜걸음옮긴다 복지관 한글 수업 있는 날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했는가”“듣고 돌아서면 생각이 안 나아”무릎 허리 굽었어도 마음은 소녀여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일어나고새벽부터 꼼지락 대며 고속버스에무거운 눈꺼풀을 내려 놓으며도착한 대전지금부터 난 뚜벅이 여행의 걸음마를하고 있다 요동치는 날씨는 나를 환영식으로 마중물되어 바싹 마른 땅에도 점점 스며들어세계 지도 같았던 길 위에 둥글게 모인 빗방울의 화음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그들만의 화합이 아
여기, 맑은 물줄기 하나태백의 품속에서 첫 숨을 쉬며 돌과 흙 사이로 길을 낸다그 비치는 여울마다 역사가 흐르고 물안개 속에 오래된 꿈들이 비친다 신라의 배는 바람을 품고고구려의 말은 강을 건너며백제의 노래는 물 위를 떠다녔다 강변에선 피와 땀이 섞인민초들의 이야기가 바람에 실려 누군가의 오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