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를 낮춘 강변에먼저 돋는 잎맥 속의인자한 이른 봄미리 깨어 있는 새들 한 소절의 노래로 햇볕 돋는 귓가에 먼저 놓이는그대의 전언처럼 공손한데 아직도 꽃 얼음 아래 여울물 소리물사위 푸른 피안에서이 하루의 증언도 풍경으로 아릿한데아직도 머나먼 약속도 보이지 않는 산촌 그대와 나는 자꾸만 봄 설레는 저 새들처럼 서로의 심
- 최창도
수위를 낮춘 강변에먼저 돋는 잎맥 속의인자한 이른 봄미리 깨어 있는 새들 한 소절의 노래로 햇볕 돋는 귓가에 먼저 놓이는그대의 전언처럼 공손한데 아직도 꽃 얼음 아래 여울물 소리물사위 푸른 피안에서이 하루의 증언도 풍경으로 아릿한데아직도 머나먼 약속도 보이지 않는 산촌 그대와 나는 자꾸만 봄 설레는 저 새들처럼 서로의 심
그 여름 흙벽을 두른 황초굴은 뜨거운 전장이고 고통이 좀 스는 우리 엄마 가슴은 활활 탔다 잘 엮인 담뱃잎이 굴비두릅같이 층층으로 걸렸다 사흘 밤낮으로 불을 때는 엄마 적삼 밑에 쓰린 땀띠가 솟을수록 황초굴 안의 담뱃잎은 노랗게 쪄갔다 숨도 못 쉬게 꼭 끌어안고 버티는 시간불 조절에 안간힘을 쓰는 엄마도 누렇게
혼자 남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울어 울어 아직도 온몸이 붉다 우르르 몰려 뒹굴던 가랑잎도한 곳에 모여 조용하고새들도 높은 가지에 앉아고개 숙여 지켜본다 지치고 지친 슬픔이 스스로 몸을 낮출 때까지 산속의 생명들은 그를 다독인다 결코 죽음이 끝이 아님을다시 살아야 할 피안임을 알 때까지 우주의 모든 생명들
밤안개처럼 쳐들어와 여린 살 헤집고 꽃 피웠으니,내가 애써서 쫓아내지 않더라도어서 스스로 돌아가게나. 볕바른 안마당에 멋대로 스미어 수놓듯 꽃 피웠으니,내가 칼날로 도려내지 않더라도 어서 스스로 돌아가게나. 무심한 틈을 비집고 텃밭 아랫목에 꽃 피웠으니,호미랑 괭이, 내가 솎아내기 전에 어서 스
나는 오늘도 산에 와 거주한다.남들은 나의 걸음을 보고산책 중이라 할 것이나날마다 산길을 걷는나의 걸음은 나의 거주존재의 거주이다. 걸으면서 화살기도를 올리고한 걸음마다 묵주에 힘을 주고숲의 푸르른 숨소리에영혼이 맑아지는순례자가 되기 위해 산에 와 거주한다.진정한 거주를 꿈꾸며진정한 삶의 수행을 위하여.
등산광처럼 에헤이요 얼사쿠나처음부터 오르는 길이 아니라탐험가처럼 에헤이요 데헤야지옥의 밑창을 뚫고 오르는그런 서민 대중의 밑바닥에서부모의 심정으로 살되 에헤이요언행은 상전 받들 듯이 데헤야지옥으로 지옥으로 낮아지면서땀과 눈물과 피를 흘리노라면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서민의 술, 대중의 술, 농부의 농주는조선 쌀과 누룩이 발효하여 맛을 내는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언니가 울부짖는다. “아버지, 저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요. 고등학교 보내 주세요” 하고…. 그 말에 “여자가 뭔 고등핵교여, 언니들처럼 그냥 돈 벌다가 시집이나 가” 하고 아버지는 단칼에 무 자르듯 딱 잘라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완강함에 더 이상 대항할 힘을 잃은 듯 언니는 사흘 밤낮 식음전폐했다. “기지배야, 그러다가 너
홍제천 물길 따라 북한산을 향해 걷다 보면 물소리가 말을 건다. 자분자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물결이 흐른다. 한참을 걷다 보면 할머니 집 앞마당처럼 너른 바위들이 펼쳐진다. 유독 하얗고 단단한 바위들이 많다. 너른 바위에 돌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정자를 올려놓은 형상이다. 정자 현판에는 '세검정(洗劍亭)’이라 새겨졌다.나는 거의 매일 이곳을 찾아 산책
나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본 말의 눈망울을 잊지 못한다. 그것은 먼 길을 돌아온 여행자의 눈빛처럼 깊고 맑으면서 어딘가 슬픈 빛을 띠고 있었다. 그 눈빛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았다. 역사 속 말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처럼 떠오른다.말은 단순한 짐승이 아니라, 인간의 꿈과 좌절을 함께 짊어진 동행이었다. 전쟁터에서, 길 위에서,
을사(2025)년 1월 5일(음력 2024년 12월 6일) 일요일 새벽 4시 평소보다는 한 시간 일찍 기상하였다.꿈속에서도 어른이 되어 있는 꿈을 꾸던 어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흘렀지만 아직도 어른이 못 되었는데 칠순을 맞이하는 나로서는 의미 있는 을사년 정초이다.경기도 하남시 천현동에 가면 '한마음 쉬어 가는 도량’ 상불사(上弗寺)라는 사찰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