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절친한 후배의 슬픔을 접했다. 그녀는 자기도 죽겠다고 발버둥쳤다. 사랑하는 남편과의 사별이었다. 이제 회갑을 넘은 나이이니 그 슬픔이야 오죽하겠는가.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이라도 손잡고 그 슬픔을 같이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이 있기에, 나는 후배를 찾아가 같이 울었다.억겁일우의 어려운 태어남에서 볼 때 짤막한 생과 사의 사이는 자연 인생의 가장
- 박영희(전주)
얼마 전 절친한 후배의 슬픔을 접했다. 그녀는 자기도 죽겠다고 발버둥쳤다. 사랑하는 남편과의 사별이었다. 이제 회갑을 넘은 나이이니 그 슬픔이야 오죽하겠는가.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이라도 손잡고 그 슬픔을 같이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이 있기에, 나는 후배를 찾아가 같이 울었다.억겁일우의 어려운 태어남에서 볼 때 짤막한 생과 사의 사이는 자연 인생의 가장
나는 숲속 정자에 엎드려 펑펑 울고 싶은 걸 꾹 참고 있다. 얼마나 여 기저기 헤매었는지 발 한 짝 움직일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다. 차라리 이대로 잠들어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나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한다. 자식도 낳지 말았어야 한다. 꼬물이만 없어도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고것들 꼬물거리는 걸 보면 내 빈창자라도
누추하고 지저분한 동네 사이 좁은 길을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꼬불꼬불 나는 차를 몰았다. 좁은 데다 길 옆에 마구잡이로 지은 조립식 주택들의 낮은 지붕 모서리가 내 이마를 칠 것 같은 조바심이 들어 운전에 집중이 안 되려는데 집들이 끝나고 길이 탁 트인다. 저 앞 막다른 곳에 낡고 초라한 바라크처럼 생긴 회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새아버지나 엄마를
“별일 없제? ”핸드폰으로 차분한 목소리가 건너왔다. 토요일 오후 부산에 출장 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기 직전이었다. 고등학교 동기 동창 박상수이다. 감정원에서 평생을 일한 뒤 고위공직자로서 이십여 년 전 퇴임한 친구이다. 퇴임한 뒤에도 일을 계속했다. 나이가 여든이 넘도록 전국 구석 구석을 헤집고 다니며 감정 업무를 해 왔다. 노느니 움직인다고 말은 했
9월이 되었지만 더운 기운은 그 열기를 쉽게 내려놓지 않았다. 기상청에서는 올해의 더위가 백 년 만에 찾아온 더위라고 했다. 게다가 아주 길어서 추석 전날인데도 반소매 옷을 입고 나서야 했다. 공항 대기실에는 에어컨 바람으로 서늘하다. 새벽 6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도 여행을 떠나는 인파는 긴 행렬을 이루었다. 명절 연휴에 며느리로서 여태 꿈도 못 꾸던 해외
삼촌과 함께하는 하굣길은 언제나 즐거웠다. 3학년인 또래들보다 6 학년인 삼촌과 함께하는 하굣길 놀이가 훨씬 더 신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아버지와 어머니도 삼촌과 함께 하교하는 날은 늦어도 걱정을 덜 하셨다.“경민아, 저수지에서 멱감고 갈까? ”삼촌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도 돌아다 보지 않고 마을 앞 저수지를 향하여 달음박질쳤다.“응, 삼촌
종로3가에서 13시에 점심 약속이 있어 신설동역에서 전철 1호선을 탔다. 한낮이라 찻간이 널널하여 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맞은 편에 양 옆에 두 딸을 앉힌 40대의 엄마가 있었다. 엄마 오른쪽에 앉은 아이는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고, 왼쪽의 아이는 서너 살로 보였는데 그 표정 이 뭐라고 표현을 못 할 만큼 이상하게 보였다. 어디가 몹시 괴로운 듯 도 싶고,
수업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들리고 담임선생님이 낯선 소녀와 함께 교실로 들어선다. 친구들이 소곤거린다. 천사처럼 이쁘다며 킥킥거리는 녀석도 있다. 소녀가 굳은 표정으로 선생님 곁에 서 있다. 반장의 구령에 따라 선생님께 인사를 올린다.“오늘은 여러분께 전학 온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름은 태미선이고 정주 시내 호남초등학교에서 전학 왔습니다. 시골은 낯설고 잘
기체가 땅에 닿았다. 은빛으로 번쩍이는 날개를 비스듬히 앞으로 기울이고, 바퀴가 지면에 닿는 순간 육중한 기체가 기우뚱했다고 소영은 생각했다.‘어쩌면 안 그랬는지도 모르지.’돌아다보니 어머니 얼굴은 그저 그래 보였다. 헤어져 공부하시던 아버지가 미국 어느 명문대학 박사학위를 따고 다니러 오신다는데도 어머니 얼굴은 아무런 감동이 없어 보인다.‘속으로만 떨고
늪이라는 젖은 말을 무릎에 올리자 귀 밝은 내 곁가지 흠뻑흠뻑 빠져든다 뒤돌아 나가는 길을 잊은 듯이 잃은 듯이그 눈빛 놓칠 때 내려 앉은 광대뼈 오십몇 년 헤아려도 아득하기 짝이 없고 문고리 소소리바람잡았다 놓고 가는어차피 홑이었을 밤을 끌어당기자 오소소 떠는소리 그도 후회하는가 순식간 들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