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금상> 나는 편지에 내 슬픔 한 조각을 붙인다 봉투를 열어편지지를 꺼낸다펜으로 편지에 글을 적어 본다 엄마에게 글자를 또박또박 써도편지는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내 글씨는자꾸만 뭉개진다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엄마,나도 딸이 처음이라서엄마도
- 김유진
제36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금상> 나는 편지에 내 슬픔 한 조각을 붙인다 봉투를 열어편지지를 꺼낸다펜으로 편지에 글을 적어 본다 엄마에게 글자를 또박또박 써도편지는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내 글씨는자꾸만 뭉개진다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엄마,나도 딸이 처음이라서엄마도
제36회 마로니에 전국 청소년 백일장 <대상> 책상을 두드리는 볼펜 소리에 방 밖으로 나가자 거실 책상에 앉아 있는 아빠가 보였다. 아빠는 허리를 굽히고 편지를 쓰고 있었다. 자주 있는 일이었다. 편지지들에는 황영섭, 김혜숙 같은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내가 어떤 편지들이냐고 묻자 아빠는 그저 연탄 같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라고만 말했
다 저녁때, 막 누나가 차려 준 밥을 먹고 있는데 식탁에 던져 둔 핸드폰이 울린다. 아니다. 핸드폰 벨소리처럼 귀에서 울리는 속삭임이다. 숟갈을 입에서 떼기 무섭게 지상은 얼른 귀를 쫑긋 세운다.“오빠?”“지하?”“뭐 해, 빨랑 오잖고?”“밥 먹고 있는 참이야.”“밥이 급해? 나보다도?”“아니, 그래.”황급히 숟갈을 놓은 지상은 지하의 말대로 빨리 달려갈
하늘 가득한 별은 어디서 살다가 왔을까. 그녀가 사는 동안 잔별들이 무리 지어 황금물결이던 날은 처음이었다. 손에 손을 잡은 별은 금빛 날개를 펼쳐 어둠을 힘껏 밀어냈을 것이다. 긴 머리 나풀대던 여자와 귀에 이어폰을 꽂은 남자는 죽도봉 연자루에서 환호를 지르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흔든다.“하늘이 우릴 축복하려나 봐, 우리 결혼할까?”여자의 말에 남자의
1신입사원 안승호가 부서로 배치된 이후 김인문 부장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승호는 기본적인 업무 능력이 없다. 김 부장은 안승호만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8명의 부서원을 대상으로 일일이 업무 분담을 했지만, 그에게 맡긴 일은 도무지 불안하다. 가장 쉬운 일을 가장 적게 주었지만, 그조차 실수 연발이다. 안승호가 단독으로 업무를 맡아 진행할 능력이
폭음과 함께 GP는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나 버리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나는 내 몸이 부서져 허공에서 분해되는 그런 비통한 심정이었다. 아, 혈기 왕성했던 젊음이 혼신을 다해 열정을 쏟아 몰입했던 곳 250 GP. 오래되어 낡은 노트 속에는 젊었던 시절, 전쟁으로 사라져 흔적만 남은 아무도 없는 외가 마을을 가보고 느끼게 된 얘기들이 소
달을 보러 빌라의 옥상에 올라갔다가 하마터면 처음 보는 여인의 발목을 부러뜨릴 뻔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보니 대뜸 하얗고 둥근 달이 이마 너머 저쪽 하늘 위에 높게 떠 있었다. 순간 가슴이 서늘해지는 감동과 함께 성큼 맞은편 난간으로 다가갔는데 갑자기 발 아래가 물컹하더니 여인의 외마디 소리가 들려왔다. 난간 아래쪽에 사람이 있는 줄을 모르고 무심히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조상님의 묘소가 있는 산등성이에 잘생긴 나무들은 쓸 데가 많아 다 베어가서 없고, 볼품없는 등이 굽은 나무만 남아 더 중요한 일을 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부모를 모시고 효를 다하며 사는 게 당연한 일이고 미덕이었지만, 가족의 유형이 대가족에서 핵가족화되어 가면서 요즘은 모시고 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시대가
어릴 적에 염상섭의 소설 「두 파산」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두 파산’은 광복 직후 경제적, 도덕적 가치의 혼란 속에서 살아간 정례 모친의 물질적인 파산과 고리대금업을 했던 김옥임과 교장의 정신적인 파산을 의미한다.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기사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31억 원의 로또에 당첨된 한 영국 여성이 8년 만에 모든 돈을 탕진하고 이
우연히 누군가 쓴 브런치에 올린 기사가 눈에 띄었다. 나의 8번째 개인전, ‘루시부파긴을 잡아먹는 밤’을 감상하고 쓴 글이었다.“그림은 저의 삶의 궤적이지요. 각각의 궤적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반딧불이나 어린 양은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해요. 제 삶의 궁극적인 의미죠.”<코람데오>라는 작품을 인터뷰하면서 설명했던 나의 말이었다. 종교적인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