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강이 아니다겨우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흐르던 강 봄비 깊숙이 스며들어강은 봄의 품에 안긴다연푸른 바람소리 강물에 젖어 살얼음 조용히 녹아내린다 우주가 흐른다
- 이연주-시
어제의 강이 아니다겨우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흐르던 강 봄비 깊숙이 스며들어강은 봄의 품에 안긴다연푸른 바람소리 강물에 젖어 살얼음 조용히 녹아내린다 우주가 흐른다
가난한 뜨락에 얼굴 내밀며마른 나뭇가지 끝에서 솜털 멍울 투욱 툭아직은 청량한 바람이 머물고 있는데솜털갑옷 하나 둘 벗어 내리더니어느 사이 명주드레스 입고나플나플 춤사위로 봄 향기 전하네하얀 손바닥 흔들며 봄꽃을 부르고그 부름의 손짓에 따라온 산야에 각색꽃들이 봄 향연 벌이고봄산또봄의마을에서 꽃 잔치 알리는데아 목련화여! 이제 시작인데 너는 떠나가고 있고나
땅값 비싼 빌딩숲 한켠최첨단 통신망 구축해 놓은은빛 광선의 요새곡예사의 이화원이다간밤 휘몰아친 비바람으로골조까지 출렁거렸다날이 개이자동심원을 은사로 촘촘하게 신축해 놓고건물벽 허방한 틈새에 숨죽인 채허기진 배를 움켜쥐고식탁 앞에 앉아 여기 빈집 있어요.
뭐, 꽃이아름답다고?너도웃어 봐!너는 꽃보다더 아름다워
천마산 오색딱따구리는 종일 목탁을 치고백봉산 산비둘기는 염불한다.산천에 소리만 들릴 뿐존재는 초록에 감추어졌다. 짧은 노을이 지난 후소쩍새 구슬픈 기도 밤을 새운다. 숨겨진 색계(色界)에흔들리는 음계(陰界),검은 청각에은밀하게 남은 감각,의심과 의문을 가지고야훼께 올리는 기도 어둠을 걷고 있다.
오르막내리막길에좋은 날은 잠시고궂은날은 길더라앞만 보고 사느라 떠가는 흰 구름예사로웠는데어느 날그 구름도 세월이더라 흰구름가네오명 가명눈 맞추다가나도 흰 구름 되네
목을 길게 빼고괜시리 뒤를 돌아본다분명 두고 온 물건이 있는데도무지 그게 그건지 알 수가 없다심각히 호주머니를 뒤적여 본다손만 넣으면 만져지는 그게 있을텐데 빈손 부스럭 소리만 난다분명 없어진 건 없는데손가락 사이로 새 나가는 게 있다낡은 기억들이시간을 핑계로 하나 둘 쓰러진다 기다림도 넋을 놓았는가저녁 안개 속으로 뒷모습만 보인다그게 있
이른 아침 숲길을 걷다들꽃이 보내는 미소에작은 행복감에 젖어본다숲에서 은은히 들려오는풀벌레의 속삭임은 벌써가을이 오는 소리 같다계곡을 따라 흐르는맑은 물소리로 귀를 씻고 찌든 마음도 씻어낸다나뭇잎 사이로 빗겨드는 햇살 잠에서 깬 새들이 날아다니며 세상은 살만하다고 일러준다안개 자욱한 봉우리에 올라 가슴을 열고 숨을 토하면
따스한 봄이 오면그냥 좋아 신명이 나고마른 대지 위에만가지꽃이피는데뭇 시간에 묻혀버린 세월은 저만치 가버리고가고 싶은 소풍처럼 기다림에 살아 가노라니무거워진 삶의 무게밀려오는 육신의 고통이제는 다 내려놓고소풍 가듯 살으리랏다
그믐달 언저리에 주름져 있는 내 어릴 적 꿈샛별이 그믐초승 길 틔우고초승달이 둥그렇게 테두리한 달무리가 품에 껴안은 낡은 달에서 내 꿈이 활짝 피어 번진다창공을 누비는 독수리 날갯짓 바라보던 나의 꿈이 정월 대보름날 귀머리장군 연 타고허공을 훨훨 솟구쳐 오른다토끼가 방아 찧고 있는 대보름달 아래빈들 잔설 사이로 다시 그믐달 그림자가 어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