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2024.9 68호 목련화여

가난한 뜨락에 얼굴 내밀며마른 나뭇가지 끝에서 솜털 멍울 투욱 툭아직은 청량한 바람이 머물고 있는데솜털갑옷 하나 둘 벗어 내리더니어느 사이 명주드레스 입고나플나플 춤사위로 봄 향기 전하네하얀 손바닥 흔들며 봄꽃을 부르고그 부름의 손짓에 따라온 산야에 각색꽃들이 봄 향연 벌이고봄산또봄의마을에서 꽃 잔치 알리는데아 목련화여! 이제 시작인데 너는 떠나가고 있고나

  • 문현정
북마크
78
2024.9 68호 그게 그리운 건

목을 길게 빼고괜시리 뒤를 돌아본다분명 두고 온 물건이 있는데도무지 그게 그건지 알 수가 없다심각히 호주머니를 뒤적여 본다손만 넣으면 만져지는 그게 있을텐데 빈손 부스럭 소리만 난다분명 없어진 건 없는데손가락 사이로 새 나가는 게 있다낡은 기억들이시간을 핑계로 하나 둘 쓰러진다 기다림도 넋을 놓았는가저녁 안개 속으로 뒷모습만 보인다그게 있

  • 정기현
북마크
74
2024.9 68호 은혜

이른 아침 숲길을 걷다들꽃이 보내는 미소에작은 행복감에 젖어본다숲에서 은은히 들려오는풀벌레의 속삭임은 벌써가을이 오는 소리 같다계곡을 따라 흐르는맑은 물소리로 귀를 씻고 찌든 마음도 씻어낸다나뭇잎 사이로 빗겨드는 햇살 잠에서 깬 새들이 날아다니며 세상은 살만하다고 일러준다안개 자욱한 봉우리에 올라 가슴을 열고 숨을 토하면

  • 장석영(동작)
북마크
96
2024.9 68호 섣달 그믐달

그믐달 언저리에 주름져 있는 내 어릴 적 꿈샛별이 그믐초승 길 틔우고초승달이 둥그렇게 테두리한 달무리가 품에 껴안은 낡은 달에서 내 꿈이 활짝 피어 번진다창공을 누비는 독수리 날갯짓 바라보던 나의 꿈이 정월 대보름날 귀머리장군 연 타고허공을 훨훨 솟구쳐 오른다토끼가 방아 찧고 있는 대보름달 아래빈들 잔설 사이로 다시 그믐달 그림자가 어른거

  • 김진섭(송파)
북마크
87